[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 판결이 13년 만에 내려진다. 해당 재판은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재판 중 하나로, 이번 결론이 한·일관계와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오늘(30일) 오후 2시 고 여운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의 선고 공판을 연다.

지난 8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 재판거래 규탄 및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신일철주금에 소송을 낸 것은 2005년이다. 피해자들은 1941~1943년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되어 노역을 살았다.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고, 이 판결이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됐다.

이에 피해자들은 같은 취지의 소송을 2005년 2월 국내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배상시효가 지났으며 일본의 확정 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의 판결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며, 한·일 청구권 협정이 맺어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재판을 내려보냈다.

다시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2심 판결에 신일본제철 측이 불복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다시 넘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5년이 넘게 판결을 내리지 않았고, 이춘식 씨를 제외한 피해자 3명은 판결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현재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사법부가 청와대와 공모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피해자들을 대변해 소송을 진행해 온 최봉태 변호사는 30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각국의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2007년 4월 일본 최고 재판소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전후 처리가 가지고 있는 법적 의미에 대해 실질적으로 청구권이 살아 있다고 판결했다. (일본이)자발적으로 구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일본 최고 재판소 판례"라며 "일본 정부나 기업들이 자국 사법부 판단을 존중했다면 진작 해결 되었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국내에서도)2012년 대법원에서 판단을 했었고, 2013년도에 고등법원에서 금액까지 확정한 판결이다. 새로운 쟁점이 없는 이상 2013년에 끝이 나야 될 사건이었다"며 "일본 외무성이 자국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있으면, 한국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설득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일본 외무성의 태도를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대법원 판결 전날인 29일 "패소를 털끝 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청구권은 이미 끝난 얘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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