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라는 순위가 조금은 어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자신보다 팀을 위해 출전한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최소한의 경기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음에도 메달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지금도 어려움이 있지만 마지막 남아있는 단 하나의 꿈을 향해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후회없는 한판승부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이 2010 터키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에서 5연패 도전에 아쉽게 실패했습니다. 장미란은 여자 +75kg급 A그룹 결선에서 인상 130kg, 용상 179kg을 들어올려 합계 309kg의 기록으로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315kg), 중국의 멍 수핑(310kg)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장미란은 지난 2005년부터 지켜온 세계 정상 자리를 내줘야했습니다. 특히 이날 카시리나가 장미란의 인상 세계 기록을 경신해 조금은 씁쓸하게 이번 대회를 마쳐야 했습니다.

본인 기록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기는 했어도 장미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들어올리면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김기웅 역도대표팀 감독은 "인상 130kg, 용상 170kg대만 성공하면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대회 목표 기록을 설정한 바 있는데 딱 목표한대로 들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역시 장미란'이라는 말이 나오게 했습니다. 그런데 인상 140kg, 용상 187kg, 합계 326kg의 세계 기록을 갖고 있던 장미란이 왜 그 정도밖에 들어올릴 수밖에 없었을까요?

사실 장미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지난 1월, 소속팀이 있는 경기 고양 지역에서 동생과 차를 타고 가다가 추돌 사고를 당해 목과 팔목 부위에 부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넘길 일이라고 했지만 의외로 후유증은 오래 남았고,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이후에도 어깨, 허리 등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바벨을 제대로 들어올리는 것조차도 어려웠습니다. 그동안 쉼없이 달려오다보니 쌓인 피로 때문에 망가진 컨디션도 문제였습니다. 올해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이 잇달아 열리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몸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장미란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미란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위해 잠시 쉴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자신보다 팀을 택했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걸린 올림픽 출전권을 단 한 장이라도 더 따기 위해 장미란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장미란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전해야 올림픽 출전권을 하나라도 더 딸 수 있다"면서 "아파도 참고 나선다"며 부상 중임에도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훈련도 소화하지 못한 채 자신의 5연패보다는 후배들을 위한 마음 때문에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이번 대회에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목표한 바를 그대로 들어올리면서 순위권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과연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는데 훈련한 것보다 그동안 해온 감각에만 의지해서 경기를 펼치는 초인적인 힘을 보여준 끝에 1위보다 더 값진 3위에 오른 것입니다. 이 경기가 국내에 중계되지 않아서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만큼 장미란의 이번 세계선수권 3위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지난해 고양 세계선수권 4연패만큼이나 감동적이고 대단했습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준 장미란이지만 쉴 틈도 없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 장미란입니다. 바로 한 달 반 뒤에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미란은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경력이 있지만 유독 아시안게임에서는 2번 출전해 모두 은메달에 만족한 바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부상 여파가 오래 지속돼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중국 신예 멍 수핑에 뒤져 또다시 은메달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 꿈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장미란은 모든 것을 이루고도 이를 악물고 지금까지 달려왔고, 다시 바벨을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픈 가운데서도 쉬지 못해 참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남은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장미란의 모습을 지켜보며 '역시 챔피언은 다르다'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장미란의 마지막 희망, 그리고 꿈이 꼭 성공을 거둬 특유의 '포근한 미소'를 정상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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