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 취재 불허 논란으로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과 노조 대의원 간 상호 의견충돌이 이어진 가운데 조선노보는 이에 대해 침묵했다.

앞서 조선일보 노조 대의원들은 지난 22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박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 여부를 논의했다. 박 위원장이 작성한 16일자 조선노보 기사가 통일부 '취재 불허'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언론 자유 침해'를 두둔했으며 해당 기사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대의원들은 박 위원장이 노보를 '사유화' 했다고 판단했지만, 불신임 투표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박 위원장에게 노보 편집권 행사 중단을 요청했다.

25일 밤 박 위원장은 대의원들의 요청에 수용의사를 밝혔다. 조합원 지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편집권을 고수하는 것은 애매하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내부 비판 노보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의 핵심직무, 즉 노보 작성을 중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박 위원장은 16일자 노보기사가 정부의 언론 자유 침해와 사측의 신중하지 못했던 태도 모두를 비판한 것이라며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지지를 받으려면 공익을 앞세우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10월 26일자 조선노보 갈무리

그러나 26일 노조 부위원장 주도로 제작· 발행된 조선노보는 이 같은 내부 주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19일 노조 대의원들과 사무국장 주도로 발행된 조선노보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19일 노보에는 17일 있었던 대의원회의 내용이 자세하게 실렸다. 이번 노보 작성 시점 상 22일 있었던 노조 대의원회의 결과가 실릴 필요가 있었으나 조선노보는 침묵했다.

대의원회의 결과는 조선일보 사내에 벽보 형태로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보 편집권 중단 요청을 수용한 박 위원장은 25일 전직원 메일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대의원회의 내용을 노보에 게재하지 않고 벽보로 붙이는 것을 보며 노조활동에 대한 인식차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박 위원장은 "노보가 외부에 알려져 회사가 비판받으면 안된다는 프레임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밀이 유지될 리도 없고 사측이 노조와 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에선 특히 조합원들이 아니라 사측이 걱정할 일이라고 본다. 오히려 내부비판을 통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하는데 임기 막판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던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2018년도 조선일보의 임금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노조는 올해 1월부터 임금협상안을 내놓고 사측에 협상을 촉구해왔지만 사측은 종이값 인상 등 경영악화를 이유로 협상에 난색을 표했다. 8월 초에는 박 위원장이 사장을 직접 찾아가 결단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사측으로부터 어떤 반응도 없다는 게 최근 조선노보에 실린 내용이다.

노보 발행 당시 노조는 사측이 임금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사주라는 '성역'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노조는 올해 노보를 통해 고액 배당금 문제, 1조원 규모의 이익잉여금 문제, 언론사 세습 문제 등을 꼬집으며 사주와 사측을 비판해왔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사내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고발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자사의 옹호 보도를 비판하는 등 조선일보 내부가 불편할만한 기사를 꾸준히 게재해왔다. 노보 편집인인 박 위원장의 주도로 이어진 기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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