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아무리 좋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글쎄, 혹은 힘들다라고 해야겠죠. 그것은 그가 벌인 잘못이 단순히 개인적인 실수나 한순간의 오판 때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박이라는 행위 자체도 잘못된 것이지만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얄팍한 수로 자신을 믿고 사랑해준 대중을 속이려고 했고,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스스로 부셔버렸기 때문이에요. 웃음과 편안함을 전달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그런 비겁한 수를 쓰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면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생명력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지만 서둘러 복귀와 재기의 가능성을 말하기 이전에 분명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남습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이젠 그 행적조차 묘연한, 악수만을 거듭한 그가 이렇게 국제적인 떠돌이로 남아 살아갈 수만은 없다는 것이죠. 엄연히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이 참견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인생이고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살아버리라고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마치 라디오스타가 정신차리라며 죽비를 내리친 것처럼 말이죠.

한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일으켜서 중도 하차하거나 퇴출당한 연예인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민감한 일입니다. 다들 그 공백을 알면서도 쉬쉬하고 모른척하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회상하는 것처럼 잠깐 언급하는 것이 전부이죠. 상처는 분명히 있지만 괜히 건드렸다가 더 큰 아픔과 고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덮어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해보이니까요. 제작진이나 출연진 개인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그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감성과 반응 역시도 헤아리면서 촬영해야하는 그들로서는 이런 침묵이 가장 좋은 선택지이겠죠.

하지만 지난주 잔혹한 통편집으로 똑같은 외면의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던 라디오스타는 이 어려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오프닝 멘트 안에 절묘하게 숨겨놓은 ‘신정환 정신차려라’는 메시지로, 라디오스타에서 가장 절묘한 호흡을 자랑했던, 따뜻한 위로나 진심어린 충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김구라의 진솔한 공개충고를 통해서 말이죠. 그것도 자기사람 편들기라는 눈꼴사나움도, 너무 과장해서 비난하거나 혹은 옹호하는 것도 아닌 담백하고 상식적인, 하지만 애정이 섞인 충고였기에 어떤 거부감도 들지 않았어요. 저지른 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성실하게 책임을 지고, 그 대가를 다 치루고 난 뒤에 빨리 돌아오라는, 그를 아끼던 많은 팬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김구라가 대신 해준 셈이었습니다.

아주 불가능해보였던 신정환의 복귀와 재기의 가능성이 아주 약간 보였던 것도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이고 엄청난 비난과 손가락질에 맞서야 하겠죠.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 복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섣부르고 성급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단계를 충고해주는 동료들이 있고, 문제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부담감을 가지면서도 그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제작진과 프로그램이 있다면 영영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상한 생각이랑 하지 말고, 어서 돌아와서 저지른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마음의 병도, 잘못된 삶의 방식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방송인으로서의 재기 이전에 그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이에요. 그를 향한 비난과 손가락질,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그를 아끼고 믿고 사랑했던 이들이 많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애정과 믿음에 더 이상 상처를 주지 말고 어서 정신차리고 차근차근 그가 해야 할 것들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것이 여러 번의 실수와 잘못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행복했던 연예인, 신정환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니겠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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