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끼리 타국에서 멋진 매치업을 벌인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다른 나라에까지 나가서 뭘 대결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좋은 대결을 펼친다면 그만큼 그 나라 사람들에 우리의 위상을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 선수 개인 뿐 아니라 그 팀의 흥행, 관심도 향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가혹한 일일 수 있어도 타국에서 우리 선수들끼리 벌이는 대결은 그래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많은 흥밋거리가 되고, 그러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 주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성사 가능성이 '꽤 높아진' 재미있는 코리안 매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캡틴박' 박지성과 볼턴 원더러스의 '블루드래곤' 이청용의 맞대결이 그것입니다. 박지성이 최근 주춤해서 출전할 지 여부가 다소 불투명했지만 지난 23일 새벽(한국 시각)에 열린 칼링컵 32강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다시 폼을 끌어올리자 맞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 이청용(왼쪽), 박지성(오른쪽) 선수ⓒ연합뉴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선수 간 맞대결은 10차례 있었습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2005/06, 2006/07 시즌에서 잇따라 만난 것을 비롯해 박지성과 설기현이 06/07 시즌에 리그, FA컵 등을 통해 연달아 만났고, 설기현과 이영표가 06/07, 07/08 시즌에 2차례 맞대결을 펼쳐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05/06 시즌부터 07/08 시즌까지 꽤 자주 볼 수 있었던 '코리안 매치'는 08/09 시즌 이후 박지성과 조원희가 한 번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대결을 갖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 지난 2009/10 시즌 입성한 뒤 예상됐던 '박지성-이청용' 맞대결은 박지성의 맨유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아쉽게 단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번 2010/11 6라운드에서도 맞대결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박지성이 칼링컵을 통해서 자신의 폼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면 또다시 맞대결 성사는 다음 기회로 미뤄질 공산이 큽니다. 더욱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 2차전이 다음 주에 있어 이 경기에 박지성이 투입된다면 체력 비축을 위해 이번 6라운드 볼턴전을 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선발 출장해 맨유전에도 변함없이 선발 출장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본다면 이번 코리안 매치 성사는 예나지나 퍼거슨 감독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들의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은 이청용의 입성 때부터 주목받았습니다. 성실함을 무기로 맨유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져온 박지성과 테크닉, 스피드가 좋은 이청용의 공격력 맞대결이 예전의 박지성-이영표 매치업 만큼이나 꽤 흥미롭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들도 서로 맞대결을 즐기면서 이전 한국인간 맞대결과는 다른 각오를 나타내며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끈 바 있었습니다. 지난 3월, 2009/10 시즌에서 맞대결을 펼치기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청용이 박지성을 향해 '살살 해 달라'고 하자 박지성은 이청용에 오히려 '팀이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청용이가 자살골을 넣어주기를 바란다'는 '명언(?)'을 남기며 팬들에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당시 이들의 대결은 결국 아쉽게 성사되지 못했지만 더 타임스, 더 선 등 영국 주요 매체들이 맨유-볼턴 주요 관전포인트로 박지성-이청용의 대결을 톱으로 꼽는 등 나름대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흥미로운 매치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9월, 다시 한 번 매치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맞대결이 이뤄질 지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만 이들이 한 그라운드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제대로 된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관심이 가고 또 기대가 됩니다. 과거 박지성과 이영표가 경기 중 서로 손을 맞잡는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돼 한동안 축구팬들 사이에 엄청나게 회자됐던 것처럼 이번 박지성-이청용 맞대결도 성사돼서 멋진 승부, 그리고 훈훈한 장면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승자가 누가 되든 경기가 끝난 뒤 두 선수가 서로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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