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구태의연한 것 하나가 바로 명절특집이 될 것이다. 그나마 국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우려먹은 고전명화 재방송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방송사마다 특색 없이 남발하는 추석특집에 정말 특집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이해할 만도한 것이, 평소 예능이 워낙 많이 분포된 티비 편성인 탓에 아이돌을 다 모아놓아도 새로울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구라, 김신영은 동시간대 방영되는 추석특집에 겹치기로 나와서 빈축을 사게 됐는데, 이는 방송 관계자들도 문제지만 뻔히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것을 알면서도 출연한 당사자들 역시도 시청자들을 가벼이 생각한 무신경한 태도였다. 섭외가 들어온다고 무턱대고 출연할 것이 아니라 앞뒤를 살펴보고 조절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MC겹치기 출연으로 얼룩진 추석예능은 아이돌 그룹 총출동으로 어느 정도 관심은 끌었지만 이미 특집의 신선함을 잃었다.

그러나 그런 색깔 없는 추석특집 속에서 잘 나가는 아이돌그룹을 다 모아놓은 경쟁 프로그램을 단신으로 이겨낸 개그맨이 있다. 바로 KBS 개그콘서트에서 2년 9개월 동안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김병만의 달인 특집이었다. 김병만은 그동안 총 206개의 달인에 도전했고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마” 등의 유행어도 폭발시켰던 인기를 추석특집을 통해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러 말 필요 없이 동시간대 다른 추석특집보다 월등히 높은 시청률이 그의 존재감과 정말로 특별했던 특집이었음을 증명해주었다.

트램펄린으로 시작해서 잠수쇼로 끝낸 추석특집 달인쇼는 지금까지 수많은 개그콘서트 인기코너가 누리지 못한 아주 특별한 혜택을 받은 동시에 더 특별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다. 중간에 무대와 의상 전환을 위한 시간을 빼고는 연속해서 일곱 가지 달인에 도전한 김병만은 작은 거인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유재석도, 강호동도 없었던 추석이었지만 김병만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그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큰 인상을 남겼다.

아름다운 땀의 미학, 몸의 웃음

김병만 달인쇼의 특징은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진정한 달인의 이름을 붙여도 하등 지장이 없을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나의 특기를 갖기도 어려운데 자그마치 206개의 도전에서 시청자를 놀래켰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한다고 하니 김병만이 이 달인코너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날 도전한 일곱 가지 종목도 특집답게 보통 사람은 그중 하나도 제대로 못해낼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흡입쇼와 마지막 잠수쇼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경탄을 금치 못할 대단한 묘기였다. 특히나 기계체조 선수들이나 할 수 있는 링 경기 동작을 다 끝낸 후 곧바로 이어진 매운 음식 먹기를 하면서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채 여전히 웃음을 주기 위해 너스레를 떨 때에의 김병만의 얼굴은 조각미남들의 얼굴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세상이 노력한 만큼 반드시 대가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꾸준히 노력하는 김병만의 뚝심은 그의 개그 콤비 이수근이 그저 일만 하는 국민일꾼에서 애드리브의 신으로 거듭나듯이 꼭 국민 땅꼬마로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을 수 있다. 청춘불패나 런닝맨 같이 체력이 요구되는 예능에서 왜 김병만 같이 튼튼한 예능일꾼을 데려가지 않는지 의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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