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KBS 직원 이메일 사찰 의혹' 수사를 이유로 KBS 압수수색을 시도한 경찰을 규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경찰이 무리한 압수수색을 통해 KBS 사장 선임에 개입하려 했다며 공식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KBS가 일관되게 수사협조 의지를 밝혀왔고,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음에도 경찰이 사장 후보자가 압축되자마자 무리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미디어스)

KBS본부가 이날 밝힌 경찰 수사 경과에 따르면 경찰은 피고발인 조사 시작 전 KBS 진미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며 검찰로부터 기각당했다. 또한 법원의 증거보전명령으로 고발인측과 피고발인측 참관 아래 이뤄진 KBS 이메일 로그 기록 추출 현장에도 경찰은 참여를 거부했다.

KBS 공영노조가 '이메일 사찰 의혹'으로 KBS 진미위를 고발한 시점은 지난 7월 26일이다. 이후 경찰은 8월 30일 성창경 공용노조위원장 고발인 조사를 마친 후 9월 초 KBS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경찰의 영장 신청 직후인 9월 8일 검찰은 "이메일 사찰에 대한 물적 증거가 없고 증언에 의한 자료뿐"이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진 시점은 9월 13일이다.

이후 9월 20일 법원은 KBS 공영노조의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집행했다. 법원 명령에 따라 고발인과 피고발인 참관 아래 KBS 본관 전산실에서 이메일 로그 기록 추출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KBS는 증거보전명령 집행을 앞두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에 입회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KBS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경찰의 압수수색을 '언론자유 침해'로 규정하는 동시에 KBS 사장 선거를 흔들려는 특정 세력에 대해 경찰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한 23일은 KBS 이사회가 KBS 사장 후보자 3인을 압축한 다음 날이다. KBS본부는 "본격적인 사장후보들의 경쟁이 시작되는 첫날에 전격적인 압수수색 시도가 이뤄진 것"이라며 "경찰이 10일 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둔 상태에서 왜 하필 이날 영장 집행을 시도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압수수색 시도 나흘 전인 19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수야당 의원들은 성창경 공영노조위원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미위를 집요하게 협공했다"며 "야당의 주 공격 대상은 이메일 사찰 의혹과 진미위 위원장에 대한 자격 시비였다. 또 진미위 설치를 사장 취임 공약으로 내세운 현 양승동 사장에게 노골적으로 진미위 해산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KBS본부는 "이런 사황에서 경찰은 양승동 사장을 포함해 사장 후보자가 3명으로 압축되지마자 보란 듯이 압수수색을 시도함으로써 진미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덧씌우는 데 한 몫 단단히 거든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KBS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기자회견 직후 KBS 압수수색에 대한 서울지방경찰청 항의방문에 나섰다. (왼쪽부터)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송명훈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 (미디어스)

기자회견에서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철저히 신중해야 하는데 경찰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내 이메일을 들여다본 것 같다'는 말만을 철석같이 믿고 영장을 달라고 했다"며 "경찰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반드시 문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다른 노조의 음해성 고발에 대해 경찰이 총대메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수사의 필요성은 있으나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인 만큼 신중히 고려했어야 한다"며 "언론노조는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KBS 사장 선임에 공권력이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한 것으로 규정한다. 언론자유 수호와 민주주의 확립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할 시점에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기자회견 직후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방문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우종수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간 1시간 가량 면담이 진행됐다. 언론노조 측은 서울지청 측에 결과적으로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에 유감을 표명할 것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지청 측은 정치적 고려는 없었으며 KBS에서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을 몰랐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공영노조는 지난 7월 진미위가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이메일을 불법으로 열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양승동 KBS사장과 복진선 진미위 추진단장 등 1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진미위는 의혹 제기 당시 KBS 내부시스템 상 이메일 사찰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최근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는 이메일 발신인으로부터 메일 송수신 기록을 제출받은 것을 근거로 메일 수신에 대한 질문이 이뤄졌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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