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이 뜨겁다. 이례적으로 자유한국당의 국정조사 주장에 야3당이 동조해 힘을 받는 양상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수만도 없게 됐다. 정의당이 국정조사에 강원랜드도 포함시키자고 치고 나왔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이에 동조하면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몰리게 됐다.

정의당의 강원랜드 카드에 자유한국당은 화들짝 놀랐고, 더불어민주당은 머쓱해진 모습이다. 그렇지만 강원랜드를 국정조사에 포함시키자는 말에 놀란 자유한국당의 반응이 더 놀랍고, 강원랜드 카드를 정의당에 빼앗겨 머쓱해진 더불어민주당도 우습게 됐다.

누구의 제안이 됐든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게 된다면 거기에 강원랜드가 빠질 수는 없다. 수량적으로 봐도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현재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비해 압도적이다. 강원랜드에 대해서는 국정조사가 아니라 특검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의당 "강원랜드 채용도 국조"…한국당 "못할 것 없다"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이런 마당에 강원랜드 카드를 꺼내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나, 강원랜드를 포함하자는 말에 화들짝 놀란 자유한국당이나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의 국정조사 공세에 정의당처럼 민주당의 누구도 강원랜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고,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에 대한 공세를 펼치면서 강원랜드 이슈가 재점화될 것을 예상치 못했냐는 것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라는 새롭고도 오랜 카드에 더 당황스러운 것은 자유한국당이지만, 채용비리라는 이슈 방어에 급급한 더불어민주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약속했다. 일자리 문제는 신규채용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이 만연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더 시급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사회적 합의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과정에 불만과 부작용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통증으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틈새에 비리와 부정이 개입했다면 이는 부작용이 아니라 단지 부정일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노린 부정채용사례가 있다면 보통의 채용비리보다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고용세습 논란 공기업 ‘정규직 전환’ 실태·문제점은? (KBS 뉴스9 보도영상 갈무리)

아직은 의혹수준이라지만 그래서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민주당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것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현재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구조적 문제는 무엇이고 허점이 무엇인지를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제도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부정과 비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정부의 채용비리에 대해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 채용비리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이 자발적으로 국정조사를 주장한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다.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낱낱이 밝히지 못할 수도 있다. 여당 쪽이라고 비리 의혹에 방어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지난 정부들과 다를 것이 없다. 부정과 비리 그리고 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진영논리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의혹에 대해서 여당인 민주당이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만 국민의 신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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