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 아침을 장식했던 MBC의 추석특집 아나운서 사랑의 스튜디오는 뭐 그냥 의도도 구성도 뻔한 그저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추석 특집 프로그램처럼 다음 편성 시즌을 맞춰 정규편성을 노리는 파일럿 프로그램도, 특별한 화제를 만들 만큼 집중도가 높은 프로그램도 아니죠. 한번 반짝 활용하고 사라질 일회용 방송. 그냥 각 방송사마다 저렴하지만 관심 끌기에 용이한 아나운서를 활용하는, 명절 때마다 지겹게 반복되는 특집. 거기에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사랑의 스튜디오 짝짓기 포맷을 결합시킨 것뿐입니다. 변형에 변형을 거듭해 이젠 가상 결혼도 하고, 아바타 미팅까지 하는 세상에 공개 맞선이라니. 연애 프로그램의 핵심 재미인 누가 누구랑 이어질까하며 기대하는 두근거림과 설렘이 생길 리가 없죠.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구성될 때부터 김제동을 핵심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 출연한 경험이 있는 임형준을 제외하면, 이런 유 방송에 익숙하지만 오랜만에 방송에 나온 조용한 이미지의 팀, 처음 예능 나들이가 어색한 한정수, 선배를 상대로 행동에 한계가 있는 아나운서국 막내를 이끌어줄만한 사람은 김제동만한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시종일관 어수선한 남자들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한정수를 비롯해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들을 다 챙겨준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김제동이었어요.
그리고 그 영향력은 단순히 게스트 중 하나로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예능 진행경험이 처음이었던 박혜진 아나운서가 녹화가 진행될수록 처음 준비한 것들이 소진되고 지구력이 떨어져서 점점 더 기계적인 진행 외엔 말이 없어지면서, 어느새 그가 보조 진행자의 역할까지도 담당했으니까요. 외로운 노총각의 캐릭터를 이용한 상황극, 진행자와 게스트의 발언 사이사이에 웃음을 덧붙이는 적절한 추임새, 산만한 진행에 맥을 짚어가며 흐름을 주도하는 진행자의 모습까지. 제목은 아나운서 사랑의 스튜디오였지만 그 내용은 김제동의 원맨쇼였습니다.
그만큼 그가 스튜디오 녹화에 빼어난 장점을 보여준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방송이었습니다. 방송인 김제동은 요즘 추세인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장점이 분명 아쉽고 부족합니다. 여러 번의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면서 소란을 확대시키며 이야깃거리를 만들거나, 시청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의외성으로 기분 좋은 뒤통수를 치거나, 급작스러운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능력은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그것 때문에 무능하고 감이 떨어졌다라고 하기엔 방송인 김제동만이 가진 강점이 너무나 확연하고 분명하다는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