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지요. 일년 중 가장 즐거운 명절인 추석은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풍요로운 곡식들과 함께 하면서 조상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날로 모두들 알고 있습니다. 명절 스트레스로 지치고, 귀성-귀경 체증 때문에 피로도 많이 쌓이겠지만 풍성한 마음만큼은 모두 하나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풍성한 한가위에도 가족, 친지들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 경찰, 소방관 그리고 응급 상황에 대기하는 의사 같은 분들이 그렇습니다. 또 이번 추석에는 유독 스포츠 분야, 특히 축구에서 나라를 대표하고 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멋진 승리를 다짐하는 우리 선수들도 있습니다. 비록 한가위는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해도 멋진 승리를 통해 국민들에게 더욱 풍성한 기운을 선사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바로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북중미 카리브해 지역에서 새로운 신화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U-17(17세 이하) 여자대표팀과 아시아 최강 클럽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도전장을 던진 K-리그 네 팀(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 성남 일화, 수원 삼성)이 그 주인공입니다.

▲ U-17여자대표팀 8강전 기념촬영(산페르난도 마라벨라<트리니다드토바고>=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8강전에 앞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U-17 여자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U-17 여자대표팀이 22일 새벽 5시(한국 시각), 위대한 도전을 펼칩니다. 스페인과 4강전을 치르는 한국은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남녀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 첫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됩니다. 지난 8강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6-5라는 어마어마한 스코어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U-17 여자팀은 차분한 마음으로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면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실수도 있고, 10실점이라는 다소 아쉬운 수비력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U-17 여자팀의 선전은 꽤 눈부십니다. 탄탄한 개인 기량과 조직력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면서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자랑하며 사상 첫 4강이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트라이커 여민지는 얼마 전 여자 축구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지소연의 뒤를 곧바로 이을 차세대 주자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데요. 독일전을 제외하고는 3경기에서 무려 7골을 뽑아내 득점 선두에 올라 사상 첫 한국인 선수가 FIFA 대회 득점왕,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상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지금까지 4강에만 세 차례 밟았을 뿐 아직 결승과는 인연이 없던 한국 축구가 어린 태극 소녀들의 활약을 통해서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그 무대, 결승전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되고 관심이 모아집니다.

북중미에서 여자 U-17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아시아 대륙에서는 K-리그 4팀의 위대한 도전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가져 4강행 운명이 바로 결정되는데요. 1차전에서 성남 일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3팀 모두 다소 부진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2차전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과연 아시아 최강 실력을 자랑하는 클럽 축구의 면모를 K-리그 네 팀이 모두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디펜딩 챔피언' 포항과 '2006년 우승팀' 전북은 이전에 있었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1차전 패배 설욕을 하고 기분좋게 4강행을 결정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두 팀은 각각 조바한(이란), 알 샤밥(사우디 아라비아)에 1차전에서 져서 다소 부담감을 안고 2차전을 맞이하게 됐는데요. 하지만 전북은 2006년 8강전에서 상하이(중국)에 1차전에서 0-1로 졌다가 승부를 뒤집었고, 4강에서는 울산 현대에 1차전을 2-3으로 패하고도 2차전 4-1 승리로 결승에 올라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던 추억을 떠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또 포항도 지난해 8강에서 스콜라리 감독의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에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다 2차전에서 4-1로 뒤집으면서 4강 진출에 성공, 상승세를 이어 역시 첫 우승을 차지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2차전 홈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역대 국가대항전이든 챔피언스리그든 중동 팀에 덜미를 잡혔던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번 기회에 전북과 포항 모두 훌훌 털고 기분 좋게 옛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하며 도전을 이어가려 할 것입니다.

K-리그 팀간 맞대결을 펼치는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의 경우, 1차전에서 성남 탄천운동장의 안타까운 잔디 사정 때문에 2차전에서는 이를 만회할 만 한 화끈한 경기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1차전에서 성남이 4-1로 이겨 2차전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수원으로서는 총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걸맞게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면서 진정한 K-리그 대표를 배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성남이나 수원팬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 축구팬 모두 훈훈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남들 쉴 때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국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선수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풍성한 한가위를 든든하게 책임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국가대표 축구만큼이나 한국 축구의 뿌리와도 같은 클럽 축구, 그리고 여자 축구의 선전이 계속 해서 이어진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에도 더욱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입니다. 한가위 밤에 뜨는 보름달처럼 꽉 찬 기운으로 멋진 경기를 펼치는 U-17 여자축구 대표팀, 그리고 K-리그 네 팀의 선전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아울러 이 글을 보시는 이웃 블로거님들, 그리고 네티즌 여러분 모두 풍성한 한가위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축구 경기 일정

대한민국- 스페인 (U-17 여자월드컵, 22일 05:00)
포항-조바한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22일 19:30)
수원-성남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22일 19:30)
전북-알 샤밥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23일 02:30)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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