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4일 첫 회의를 진행한다. 자유한국당의 위원 명단 제출 지연으로 뒤늦게 출범한 정개특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의원 정수 확대,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정개특위는 첫 회의에서 정개특위 위원장, 교섭단체 간사 선임의 건을 의결할 예정이며, 다음 주 두 번째 회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여야는 정개특위를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정의당 1명 등 총 18명의 의원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여야 간사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정개특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23일 오전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서 심상정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논의를 집중해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다수의 사표를 발생시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으며, 민주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불분명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로 소선거구제의 최대 피해자가 된 만큼 입장 변화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다. 지역구 선거는 그대로 진행하되,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정당득표율에서 부족분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석이 정원인 선거구에 지역구 5석, 비례대표 5석이 배정돼 있다고 가정하자. A당과 B당이 지역구에서 각각 3석과 2석을 차지했고, 정당득표율은 50대50이 나왔다고 가정하면, A당은 2석, B당은 3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표가 발생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기 어려운 소수정당도 의회에 진출하기 용이한 장점이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관건은 의원 정수 확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2대1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지난 2015년 선관위도 지역, 비례 비율을 2대1로 맞춰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행 선거구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약 5.4대1 비율을 보이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한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단 얘기다.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해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국민들의 정치혐오, 정치혐오 가운데서도 국회혐오는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국회 특수활동비 논란이 벌어지면서 국회의 신뢰도가 바닥을 친 상태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뒤집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의원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권한이 분산돼 의원들의 특권이 작아진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회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와 고발을 직접 추진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권한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며 의원 정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비례대표에 대한 불신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의 비례대표제 불신의 핵심에는 정당의 불공정한 공천이 있다. 그동안 비례대표 후보는 정당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밀실공천'이란 오명이 씌어져 있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방안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도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제24조에 따라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15일까지 설치됐어야 했다. 국회 관련 상임위나 특위에서 지난 5일까지 명단을 의결해 선관위에 통보했어야 했지만, 정개특위 구성 지연으로 무산됐다. 선거구획정위 명단은 아직까지 선관위에 통보되지 않아 위법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선거구획정위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선거제도 개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 방식과 의원 정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구획정위가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선거구획정위는 내년 3월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결국 이번 정개특위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과 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정개특위 구성이 늦어지다 보니 위법상태가 됐다"며 "선거구획정위 설치는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하 공동대표는 "다만 구성이 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나 의원 정수 확대 등이 확정돼야 실질적 선거구획정 작업을 들어갈 수 있다"며 "정개특위가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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