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행사의 여왕이라는 별명인데요. 젊은 가수들이 트로트라는 장르를 외면하고 있을 때, 그 틈새시장을 노리고 젊은 트로트로 이름을 알리면서 40-50대 이상 중년층과 노년층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구축한 장윤정입니다. 그러다보니 방송은 주로 자신의 홍보를 위해 간간히 출연을 할 뿐, 대부분이 직접 지역을 돌며 행사를 뛰고 있는데요.

그렇게 장윤정은 전국의 아주머니, 아저씨들과 함께 하며 며느리 삼고 싶은 연예인 1위에 오르기도 하고, 중년층과 노년층으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징윤정은 하루에 3-4개의 행사는 기본이고,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을 돌며 그녀가 행사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처음에 대중들은 이런 장윤정의 활발한 활동과 그에 따른 수익에 대해서 아무런 거부감 없고, 오히려 전국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위해서 직접 힘들게 전국을 돌며 트로트를 부르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호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방송에서 한 그녀의 발언들과 함께 제 2금융권 대출광고에 출연을 하면서 그녀의 목적에 대한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루 스케줄 12개가 힘들었던 지난날에 대한 자랑스러운 훈장은 아니다

이번에 장윤정은 9월 18일 방송된 연예가중계에 출연하여, 그간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놓으며 "하루에 스케줄이 12개인 적도 있었다. 서해를 따라 내려가서 전라도, 경상도를 가로질러 동해로 올라왔다. 어느 날 의식을 잃고 병원을 가니 영양실조라고 하더라"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것은 마치 자신이 전국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위해 자신의 건강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링거 투혼까지 불사하며 희생을 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발언은 앞서 그녀가 해피투게더에서 이야기한 것과 상반되는데요. 박명수가 장윤정의 통장 이야기가 나오자 "기부하라"라고 말하고, 이에 장윤정은 "링거 꽂고 달렸는디"라며 맞받아치게 됩니다. 물론 이것 한 번은 장난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피투게더 뿐만 아니라 골드미스가 간다에서도 통장과 기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장윤정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을 왜 기부하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렇게 링거까지 맞으며 힘들게 번 돈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장윤정에 대해서, 그렇게 스케줄을 무리해서 소화한 이유가 순수하게 전국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한명이라도 더 만나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스케줄이 12개라면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행사를 뛴다고 생각해도, 이동시간 포함해서 1시간 반을 넘기지 않는데요. 순간이동을 한 것도 아니고 하루 만에 서해를 따라 전라도, 경상도를 가로질러 동해까지 올라오며 행사를 했다는 말은, 노래 한두곡 부르고 이동하기 바빴다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 말은 장윤정이 온다는 소리에 기대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얼굴만 잠깐 비추고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었다는 것인데요. 아무리 자신이 유명해서 찾는 곳이 많다고 하나 그런 식으로 행사를 뛰면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팬서비스를 보여주며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만족시켜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장윤정에게 필요한 것은 행사자랑이나 동정심 유발이 아닌 트로트에 대한 열정

또한 장윤정은 하하몽쇼에서도 "아버지뻘의 애 딸린 이혼남이 망사속옷을 선물하면서 프로포즈를 했다. 왜 남자들은 나만 보면 결혼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결혼조건으로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을 내달라고 한다"고 말하기도 히고, 김정은의 초콜릿에서도 이루와 함께 출연하여 "태진아 선배님 시계가 멋지다고 했더니 이루에게 시집오면 열 개 주신다고 했다. 솔직히 흔들린다”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곳마다 장윤정은 "행사를 뛰고 급히 왔다", "행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출연한 것이다", "남자들이 자신보다 통장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등, 항상 행사 이야기와 통장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데요. 그렇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행사를 뛰면서 번 돈에 대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장윤정은 돈 되는 일은 가리지 않고 한다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데요. 장윤정은 이런 자신의 발언들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사를 많이 뛴다는 그녀의 말은 그만큼 자신이 무리할 정도로 희생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 노래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돈독이 올라 하나라도 더 행사를 뛰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장윤정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행사자랑, 통장자랑, 트로트를 해서 힘들었다는 동정심 유발이 아니라, 젊은 트로트 1세대로서 트로트라는 장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올래'가 비록 표절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트로트에 힙합을 섞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그런 시도들과 노력들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장윤정은 방송만 나오면 행사에 통장 이야기를 하고, 소속사는 '올래'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길보드 1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음반이 안 팔려 씁쓸하다"는 식으로 역시 돈과 관련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장윤정과 소속사의 모습들을 보면 장윤정과 소속사는 서로 돈독이 오른 환상의 커플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니 말이죠.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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