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화일보가 왜곡된 성 의식을 담은 인터넷 유머를 지면에 기사화했다. 이에 대해 “범죄에 준하는 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화일보는 22일 문화면에 “인터넷 유머, 남자와 여자의 생각”을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온라인커뮤니티의 게시글을 인용해 남자가 좋아하는·싫어하는 여성상, 여자가 좋아하는·싫어하는 남성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문화일보 22일자 <인터넷 유머, 남자와 여자의 생각>

문제는 문화일보가 인용한 온라인커뮤니티의 게시글은 왜곡된 성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내용은 20대 남자가 좋아하는 여성상은 “예쁘고 섹시한 여자”, 20대 여자가 좋아하는 남성상은 “잘생기고 잘 빠진 남자”다. 또 20대 남자가 싫어하는 여성상은 “못난 게 예쁜 척하는 여자”, 30대는 “없는 게 있는 척하는 여자”, 40대는 “40대 날마다 남편 속옷 검사하는 여자”였다.

이에 대해 “범죄에 준하는 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일반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성희롱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범죄에 준하는 글”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지면에 이런 글을 올리면서 문화일보가 신문의 교육적 효과를 이야기 할 수 있냐”면서 “이런 글을 반복해서 지면에 내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면연합 사무처장은 “문화일보는 오랫동안 인터넷 유머를 통해 선정적이며 소수자를 혐오하는 비하하는 부적절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면서 “이번 글은 단순히 여성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외모·장애·가난에 대한 비하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언경 처장은 “과거에는 대충 웃고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지금 시대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것이 성희롱, 비하, 혐오표현에 가깝다”면서 “신문윤리협회의 전반적인 자정 노력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코너의 폐지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PR. 문화일보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필독지'를 지향하고 있다 (사진=문화일보 홈페이지 캡쳐)

이에 대해 문화일보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유머라는 게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글이 문화일보 내부에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들은 뭐…"라고 답했다.

문화일보의 인터넷 유머 코너는 자극적인 게시물로 수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07년 문화일보는 육식을 한 동자승, 젊은 여신도와 성관계를 맺은 주지승을 소재로 한 ‘인터넷 유머’를 게재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문화일보는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유머로, 전혀 사실의 근거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면서 “이 유머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불교와 불교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해명했다.

올해 1월엔 성관계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내용을 문화면의 인터넷 유머 코너에 게재했다. 당시 문화일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고 이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하고 징계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기사 작성자는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