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를 중간에 본 사람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혹시 라라라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을 터. 그도 그럴 것이 아이돌이 점령해버린 가요계 풍토에 포크란 장르는 사장되었고 7,80년대 청년문화의 중심이었던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의 이름도 까맣게 잊혀졌기 때문이다. 조영남은 이후로 화가로 변신하는 등 갖가지 화제를 뿌렸지만 정작 그의 노래는 많이 잊혀졌다.

그러나 놀러와가 토크를 과감하게 줄이고 들려준 세시봉 4인방의 그 시절 노래들은 지금 20대에게는 대단히 생소했겠지만 30대 이후라면 이들의 노래 한 곡만으로도 가장 값진 추석선물을 받은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토크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노래의 즐거움, 노래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게 해준 최고의 순간이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주관적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송창식의 노래는 저항의 노래 김민기와는 조금 다른 쪽에서 청년문화의 축을 이루었다. 그가 만든 수많은 노래는 이미 시였고, 시 이전에 당시 젊은이들의 삶 그 자체였다. 그때나 이제나 대중가요가 사랑을 피해갈 수는 없어 송창식 등의 노래에도 사랑이야기가 꼭 있지만 그것만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다.

요즘 한 달 반짝하다마는 노래가 아니라 몇 년씩 한 노래가 대중에게 불리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또한 통기타 하나면 어디건 노래판이 벌어지고 몇 시간을 지루함 없이 보낼 수 있었던 수수한 마음씨들이 있었다. 지금은 기차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금지하고 있지만 과거 여름 경춘선은 칸칸마다 통기타에 젊은이들이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목이 터져라 불러제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출연한 놀러와는 딱 그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기분을 주었다. 특히나 이들과 동년배쯤 되는 인생의 대선배들에게 이번 주 놀러와는 정말 눈물나게 고마운 방송이었을 것이다. 세시봉 4인방이 노래를 하는 동안 악동 이하늘이 여러번 눈물을 흘릴 정도로 이들의 노래는 그지없이 아름답고 그래서 서러울 정도로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들의 노래는 듣는 이의 나이에 맞춘 나름의 꼬깃꼬깃한 추억들도 함께 선물해주었다.

워낙 노래에 중점을 둔 탓에 놀러와 사상 말보다 노래가 더 많은 유일한 방송일 이 날이지만 그래도 간간히 전해준 세시봉 시절의 이야기는 요즘 가수들에게 전해주는 교훈도 있다. 세시봉에 들어가기 전에 3년간 노숙을 했고, 세시봉에 가서도 밤이면 의자를 붙여놓고 새우잠을 자면서 노래했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가수를 곧바로 스타로 연결짓는 요즘과는 달라도 근본적으로 다른 노래혼을 느끼게 해준다.

이들은 모두 자기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만큼 일상의 많은 시간을 노래에 쏟아 부었던 것이다. 굳이 지금 가수들을 이들과 비교할 생각도 없고 그래봐야 의미도 없다. 사람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시대가 더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이들이 이끌었던 시대에 대한 기억은 그대로이다. 또한 40여년 언제 만나도 옛날 그 모습 그대로의 노래와 우정을 간직한 이 포크 거장들의 존재 자체가 시간을 거스르는 불멸의 감동이었다.
세시봉 4인방은 시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 추억의 방에 우리를 편안하게 기대어 앉게 했다. 간만에 노래 때문에 눈물겹고, 노래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을 선사한 놀러와에 감사하고 싶었고, 언제 또 이런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흐르는 시간이 못내 아쉬웠는데 다행히 다음주 2부가 있다니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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