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진솔하게 보여준 <남자의 자격-남자 그리고 하모니>는 많은 이들에게 합창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습니다. 박칼린도 이야기를 했듯 <남자의 자격>의 의미는 이미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합창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특별했던 실버 합창단과 부실했던 제작진

그렇고 그런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의 자격>이 시도했던 합창단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단할 것 없어 보이는 도전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던 이 도전은 그래서 아름다웠습니다. 뭔가 대단한 성과를 가져 올 수 있는 특별한 의미들을 담아내는 도전이 아닌 평범해서 아름다웠던 그들의 도전은 당연하게도 장안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난주 마지막 종착역인 거제로 떠나는 상황으로 마무리 한 <남자의 자격>은 이번 주가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될 듯 보였습니다. 전날 출발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당연히 이번 주 공연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김빠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거제로 향하는 버스에서도 화음을 맞춰보는 그들의 모습은 합창 대회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공유하며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모든 것을 조율하며 상황 자체를 즐기는 듯했습니다. 그런 합창단원들의 모습을 보며 한없이 흐뭇한 박칼린 역시 훈훈하게 다가왔습니다.

일곱 번째 대회를 개최하는 거제도에 도착한 이들은 합창대회가 열리는 대회장부터 찾았습니다. 대회전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어진 그들의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렇게 대회가 열리는 무대 위에 올라 목소리를 맞춰보는 그들이 6시간의 차량 이동 때문이어서인지 긴장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만족할 수 있는 노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분위기는 산만하고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단원들에게 현재의 상황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이어지고, 이런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단원들은 심기일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도 개별 파트별 연습이 이어지고 다 함께 모여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연습을 마친 그들에게는 그동안 쉽지 않은 여정 속에 쉼 없이 달려온 그들만의 긴장감과 아쉬움이 함께 했습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와 ‘과연 마지막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과 기대감은 그만큼 최선을 다해 달려온 그들에게 주어진 행복한 전율이었지요. 쉽게 잠들지 못한 밤을 보내고 대회장에 들어선 그들은 대회가 시작되자 다시 한 번 긴장하게 됩니다. 자신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 합창단원으로 활동한, 다양한 대회 입상 경력이 화려한 이들과의 대결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었지요.

방송의 힘은 대단하다고 그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어 찾아온 이들까지 대회와는 상관없이 그들에게 쏟아진 관심으로 인해 더욱 긴장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대회가 시작되고 첫 번째 팀의 합창이 시작되며 그 아름다운 합창의 힘은 대회장 뿐 아니라 시청하는 가정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감성이 풍부한 합창단원들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하모니에 빠져들고 자신도 모르는 감동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 눈물에는 자신들이 직접 경험했던 힘겨움과 함께 그들의 힘겨움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베이스의 에이스인 조용훈의 눈물은 합창단원으로 활동을 해왔던 이였기에 더욱 감격스럽게 다가왔던 듯합니다.

두 번째로 등장한 60세 이상이 모여 만든 실버 합창단은 실력과는 상관없이 대회장을 감동으로 몰아갔습니다. 나이가 들고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세대가 되어버린 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의도적으로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실버 합창단의 모습은 <남자의 자격-남자 그리고 하모니>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값진 히든 카드였습니다. 그들의 합창이 대회 전날 마지막 완창에서 완성되었다면, 대회에서 얻어낼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바로 실버 합창단이 보여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조금은 서툴고 젊은이들과는 달리 힘이 부족하지만 연륜에서 만들어진 따뜻함은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하모니로 다가왔습니다. 젊음은 멀어지고 하얗게 머리에 내려앉은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그들을 힘들게 하는 소외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합창의 힘은 실버 합창단으로 인해 완성되었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하모니에 비해 제작진들은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제작진들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수도 있지만, 늘어지는 내용에 시청자들로서는 힘겨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내용들을 보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늘어지는 편집으로 감동을 우려먹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연습을 통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심화 학습도 아닌데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감동보다는 자칫 지겨움을 가져올 수도 있었습니다. 대회장으로 떠나기 전 보여주었던 완창의 설렘과 감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대회 전날 보여준 완창은 그저 제작진들이 스스로 감동해서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받은 감동을 너희들도 느껴보라는 듯해 보였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완성된 내용을 전달해야하는 제작진들이 스스로 감동하고 경도되어 이를 노골적으로 영상에 담아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강요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천상의 목소리, 이 얼마나 감동스러운 선율이냐는 식의 자막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이상한 것이라고 강요하는 듯했습니다.

그동안 예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별한 감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남자의 자격- 남자 그리고 하모니>는 과도한 제작진의 욕심이 오히려 독으로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이런 식의 편성보다는 그들의 뒷이야기 등을 모아서 보여줄 수 있는 대회 후기 정도로 편성을 했다면 완성도 면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배다해와 선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제작진들이 이 둘에 집중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화합을 위한 합창대회에서 지독한 편애처럼 다가오는 제작진들의 모습은 아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보다 다양한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관계들에 집중을 했다면 마치 병풍처럼 여겨지도록 만든 다른 참가자들을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너무나 즐겁게 봐왔고 마지막 한 회(?)가 남은 남격 하모니에 조바심을 내는 상황에서도 제작진들의 편집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감동을 인위적인 감격 강요로 흔들고 있는 제작진들은 실버 합창단으로 울었던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다른 의미의 눈물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미 퍼진 대회 동영상으로 그들의 모습을 본 이들에게 어색한 진행 보다는 대회를 끝내고 그들에게 남은 감동과 다양한 과정들을 특집으로 만들어 방송했다면 시청자들의 감동은 더욱 심화되었을 겁니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인지 더욱 아쉬운 내용이었습니다.

합창은 테크닉이 아닌 마음이라 알려준 실버 합창단의 감동과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 그들의 도전은 여전히 유효하고 아름답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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