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긴 슬럼프를 벗어나는 멋진 화력 쇼를 선보이며 클리블랜드를 리그 꼴찌에서 끌어올렸습니다. 반 게임차라 언제 자리가 뒤바뀔지는 모르지만 멘탈 게임인 야구에서 분위기는 중요할 수밖에 없기에, 인디언들의 막판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는 추신수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이지요.

엄청난 성적보다 반가운건 추신수의 자세

첫 타석 삼진을 제외하고 3타석에서 3개의 홈런을 뿜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끈 추신수는 대단했습니다. 경기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하이라이트로 보셨겠지만 끌어당기고 밀어 쳐서 만들어낸 홈런은 그가 얼마나 타격 솜씨가 뛰어난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결대로 쳐내는데도 홈런이 되는 건 그가 타고난 슬러거이거나 연습벌레라는 증거가 되겠지요. 고교시절까지 학교를 대표하는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서 명성을 떨치던 그가 시애틀로 간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제 2의 박찬호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뛰어난 투수가 아닌 타자로 전향했습니다. 5일에 한 번 등판하는 투수보다는 매일 경기에 나오는 타자가 더욱 의미 있다는 코치의 말을 듣고 투수가 아닌 타자로 전향했다는 그는 투수 출신답게 강력한 어깨로 외야수로서는 타고난 자질을 선보였습니다.

문제는 같은 아시아 출신인 이치로가 추신수와 같은 포지션이라는 점이었지요. 최고의 스타와 같은 포지션이라는 것은 슬픈 현실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스타를 능가하는 실력을 꾸준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한 그는 항상 백업 선수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현실적 어려움은 그가 구단 내 루키로 최고의 가치를 가졌지만 메이저로 활약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끝내 이치로에 의해 메이저로 올라서지 못한 그는 팀을 바꿔야 했고 그는 클리블랜드에 와서 자신의 진가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출전이 보장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성적은 능력만큼 나오기 시작했고 그는 첫 메이저 풀타임이었던 작년 3할 타격에 20-20이라는 업적을 쌓으며 한국인 출신 타자로서 가장 혁신적인 존재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성과를 거둔 그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고 그는 구단들에서는 악마로 평가받는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으며 소속팀인 클리블랜드를 놀라게 했습니다.

보라스와의 계약은 메이저팀들에게 추신수가 상품성이 있다는 것과 함께 그에게 엄청난 돈을 줘야만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올 초 장기계약까지도 점쳐지던 클리블랜드가 포기했던 이유도 보라스의 영향이 컸었지요. 2007년 토미 리 존스 수술까지 받으며 재활에 매진해 정상 컨디션을 찾아 2009년 대 폭발을 한 추신수는 올 해 초반 부상으로 아쉬움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어제 같은 대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1할 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떨어진 팀과 함께 끝없는 터널 속에 있었습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스스로 터널의 끝을 찾고 팀과 함께 자신도 부활을 하는 과정은 스포츠 스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굴곡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듯 극적이며 경쾌하게 터널을 통과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다양한 스포츠에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신수처럼 한 방이 있는 홈런타자에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바로 홈런이라는 결정적인 한 방이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5툴이라는 야구 선수로서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추신수에 대한 홈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 역시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최약체 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팀의 에이스에게 보내는 찬사는 그에 대한 진솔한 애정에서 시작하기에 먼 타국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외롭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현재 홈런 19개, 도루 18개를 기록하고 있는 추신수는 2년 연속 20-20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인 마쯔이보다 적은 홈런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기록에서는 그를 앞서고 있는 추신수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의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여러 가지 복잡한 일상에서 추신수가 전해준 통쾌한 활약은 많은 이들에게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추신수 본인에게는 2년 연속 20-20이라는 엄청난 기록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고 팬들에게는 팀에서 절대적인 존재로서 각인된 그의 부활이 반가웠을 듯합니다.

남의 탓을 하지 않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문제를 외부에서 찾지 않고 자신에게서 찾아내 긴 슬럼프를 이겨내며 화려하게 부활한 그는 진정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고 자신의 잘못마저 남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인 우리에게 그는 뚝심 넘치는 야구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그의 대단한 기록보다도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추신수의 긍정적인 자세였습니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멘토 같은 역할을 해준 추신수의 화려한 비상이 계속되어 그가 꿈꾸는 세상을 환하게 열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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