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가 박근혜 정부의 사주를 받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1일 KBS 1TV 뉴스9은 ‘[단독] “조선일보가 세게 도와줘”…朴 정부, 한은 ‘금리 인하’ 개입’ 보도에서 박근혜 정부가 조선일보를 통해 한국은행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는 정황이 담긴 안종범 전 경제수석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10월 21일자 KBS ‘[단독] “조선일보가 세게 도와줘”…朴 정부, 한은 ‘금리 인하’ 개입’ 보도 내용(사진=KBS 방송화면 캡쳐)

KBS 보도에 따르면 2015년 2월 11일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선일보에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한국은행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부탁했다. 정 부위원장은 안종범 수석에게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면서 “기획 기사로 세게 도와주기로 했고 관련 자료를 이00에게 이미 넘겼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정 부위원장이 언급한 ‘강효상 선배’는 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말한다. 당시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었다. KBS는 정 부위원장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았다는 '이00'에 대해 조선일보 경제부 차장급 기자라고 설명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한국은행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3월 2일 1면 “경기부양 팔짱 낀 한은의 시대착오” 보도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부분 실업과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싸우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2015년 3월 2일자 조선일보 <경기부양 팔짱낀 韓銀의 '시대착오'>

또한 조선일보는 3월 3일 1면에 “3저 수렁 빠진 경제, 한은이 끌어올려야”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한계에 도달한 정부의 재정 정책 이외에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창의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강조했다. KBS는 두 기사 모두 이00 기자의 바이라인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생산·소비·수출 ‘빨간불’, 경기 살릴 방안 언제 나오나” 사설에서 “정부는 우선 소비·투자 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규제 철폐도 기업인들이 놀랄 만큼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이후 정 부위원장은 안 수석에게 “조선(일보)이 약속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한은이 금리를 50bp(0.5%p) 내리도록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한국은행은 2015년 3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내렸고, 같은 해 6월 0.25%p를 추가로 낮췄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강효상 의원은 KBS 보도에서 “기억이 나지 않으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기사가 작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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