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이라고는 했지만 내용상으론 여름철 공포 특집과 나를 바 없었던 이번 주 우리 결혼했어요는 아쉬움이 많은 방송이었습니다. 바쁜 스케줄에 서로 촬영 주기도 맞추기 힘든 아이돌들의 일정을 어렵게 챙겨서 한자리에 모였고, 먼 이동거리와 분주했을 폐교 꾸미기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흔한 공포 특집에서 볼 수 있는 비명소리에 묻혀 정작 우결만이 가지는 특유의 아기자기한 재미와 설렘은 사라져 버렸어요. 준비한 코스들을 소화하기 급급해서 모처럼 한곳에 모인 각 커플들의 차이와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도 미흡했구요. 추석특집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냥 그들이 각자 촬영했던 분량들을 소화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던 밋밋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무난하고 심심한 내용 중에서도 한 가지 확연하게 드러나는 재미와 포인트는 있더군요. 이제 1년차 가상부부를 넘어서는, 우결을 아이돌 잔치로 만들어준 장본인인 조권-가인 아담부부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예능 감각이었습니다. 따로 보았을 때도 그 차이가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각자의 활약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어설픈 무대에서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나더군요. 다른 커플들은 제작진이 만든 틀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여된 역할을 하는데 급급한 동안, 이 두 꼬꼬마 커플들은 그 상황을 즐기면서도 이것이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거든요.

워낙에 어색한 조합이기는 했습니다. 기존 커플 6명에 스페셜 MC로 초빙된 씨앤블루의 정신까지 모두 7명의 아이돌이 모이기는 했지만 이들 사이에서 특별한 연관점이나 팀워크를 찾는 것은 무리였죠. 같은 소속사인 SM의 빅토리아와 서현, JYP의 닉쿤과 조권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관계를 이용하는 것은 각각 가상 부부간에 벌어지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니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제일 웃음 포인트가 부족한 용서 커플의 도우미로 불안한 진행을 감안하면서까지 정신 친구를 특별MC로 투입하긴 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죠. 모두가 같은 아이돌 커플들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으며 일정한 흐름의 내용을 뽑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러니 이렇게 불안 불안한 조합에서 분량과 웃음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재미와 의외성을 만들 수 있는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것, 조그마한 것에도 서먹서먹함을 지우고 웃음을 확산시킬 수 있는 깨알 같은 리액션, 그리고 부족한 진행자를 도와주며 상황을 이끌어가는 착실한 정리 능력이었습니다. 이 모든 부분에서 아담커플은 다른 이들을 압도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니 다른 커플들은 주어진 미션들을 수행하느라 이런 부분들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방송을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진행에 마가 뜨고 멀뚱멀뚱해지려는 순간마다 조권은 몸을 던지며 깝을 떨면서 웃음을 만들어내고, 가인은 자신의 시크하면서도 허약하기 짝이 없는 그녀만의 개성을 이용하여 분량을 채워 나갑니다. 여기저기 산만한 진행을 정리하는 것은 조권의 몫이고, 그 말 사이사이에 맞장구를 치며 리액션을 거드는 것도 그 두 사람이었죠. 그냥 열심히 경기에 참여하고 공포체험에 임했던 얌전한 커플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똑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뽑아내며 개성을 자랑했던 것은 아담부부였어요.

이것이 이 두 사람이 1년이 지나도록 우결의 핵심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해준 힘입니다. 단순히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해서, 그 둘의 사이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이 무섭도록 똑똑한 20대 초반의 가상부부는 방송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노련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기들만의 즐거움을 누리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추석 특집 운동회, 공포체험이라는 흔하디흔한 컨셉이지만 우결에서라면 이런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죠.

우결에 출연한 시간도 이제 1년이 넘어가고, 음반, 예능 합동출연, 심지어 시트콤 동반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뽑아낼 수 있는 파생 상품들을 모두 소진해버린 것만 같은 지금도 이들 아담부부에게 기대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진짜보다 더욱 진짜 같은, 그리고 그 진정성을 딱 예능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정도까지 맞추어가며 움직이는 이들의 생명력은 아직도 팔팔해 보이기만 합니다. 아무리 인기 그룹의 멤버가 새로운 커플로 들어오고, 그들이 또 다른 화젯거리를 만들며 활약한다고 해도 지금의 우결은 아직까지도 아담부부와 나머지 아이들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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