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찾아오면 방송사도 저마다 추석 특집들을 준비합니다.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농촌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이야기들은 식상함을 주기도 하지만 명절 아니면 볼 수 없기에 정겹기만 합니다. 무한도전도 추석을 맞이해 고향이 생각나는 함평에서 따뜻한 고향 이야기를 담아주었습니다.

추석 특집도 무한도전은 달랐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연미복을 입고 이동 중인 무한도전은 제작진이 건넨 사진을 통해 미션을 유추하기 시작합니다.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나름의 생각들을 하지만 특별한 그 무엇을 찾지는 못하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전남 함평군 산내리 마을이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 해에도 '무한도展'을 준비 중인 그들, 그들의 사진을 찍어 줄 사진작가들이 있다는 예술가 마을로 향합니다. 마을 입구 정자에 한가롭게 화투를 치고 계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다름 아닌 사진 작가였습니다. 산내리 방송국 DJ 이장님이라는 참 새롭고 즐거운 마을 회관은 색다른 마을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사진기를 든 모든 할머니들이 작가라는 이 마을은 곳곳에 공공미술의 흔적들이 넘쳐났습니다. 여느 시골 마을과 다름없는 그 곳에서 조금은 다른 것은 정말 특별하지 않은 곳들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문패를 특징 있게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적어 만든 문패들은 산내리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었습니다.

동네 변호사 할머니를 찾아간 그들은 도시에서 변호사 일을 하다 고향에 내려온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했지만, 동네에서 말 좀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고 합니다. 유재석만 편애하는 변호사 할머니는 박명수 이름이 생각이 안나 힘들어하자 유재석의 귓속말을 통해 "벼멸구"라 부르며 명수를 웃기기도 합니다.

하와수의 나이에 대한 문제를 명쾌하게 정의하던 할머니는 50년 전 상황을 들어 누가 좋으냐는 말에 고민 없이 "유재석"을 외치고, 명수와 준하 중 누가 좋으냐는 말에는 "지비(자네)들은 몇 살씩 잡섰소"라며 재석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수가 되고 싶었다는 할머니는 거침없이 군가 '전우야 잘 있거라'를 불러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트로트가 아니라 군가를 부르는 변호사 할머니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둘로 나눠 마을을 돌아보던 무도 인들은 마을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을 통해 길의 예능의 법칙을 깨우치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길을 위해 하나하나 가르치는 홍철과 형돈은 예능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하의 제안으로 90년대 유행이었던 공간이동을 해보는 그들은 손발이 맞지 않아 실패만 합니다. 성공 후 태호 피디가 적어준 '진심으로 하니까 되잖아'는 의미심장하지요.

노인회장 집으로 찾아간 형돈, 홍철, 길, 하하는 결혼 50년이 된 노부부의 행복한 일상과 함께 했습니다. 할머니는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고 마루에서 할아버지는 낮잠을 주무시는 전형적인 모습은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50년 전 얼굴도 보지 못하고 결혼 한 노인회장 부부는 그 시절 부모님과 함께 살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런 노부부를 위해 형돈은 꽃을 꺾어 할아버지에게 로맨틱한 상황을 주문합니다. 그런 형돈에게 '어색부부'라는 말처럼 형부터 하고 오라는 하하의 말에 이어 자막으로 '녹화 후 결혼 1주년 기념으로 혼인 신고'를 했다는 정보로 드디어 법률적인 부부가 된 형돈 부부에 대한 축하가 가능해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할머니에게 꽃을 전달하며 사랑 고백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게 해줍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은 아름답고 가슴 뛰게 하는 것임을 산내리 주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노인회장 집과는 달리 한없이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과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온 할머니들과 동네 가수로 유명한 할머니를 찾은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노래하며 일상의 즐거움들을 나누었습니다. 산내리 마을에서 유명한 미술관에 들어서면 그 안에는 마을 지키며 살아오신 분들의 '예나 지금이나'라는 제목에 걸맞게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나란히 전시해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은 정겨움 그 자체였습니다.

어르신들의 지혜가 가득 담긴 상담 편지는 '잠월 미술관'의 진정한 재미이자 핵심이었습니다. 삶의 지혜가 가득담긴 투박하지만 깊은 성찰이 담긴 상담 편지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지혜들이었습니다.

무도 인들은 동네 사진작가 할머니들과 함께 각자 짝을 지어 사진 찍기를 합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할머니들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무한도전 사진들은 그 어떤 전문가의 사진을 능가하는 정이 담겨있었습니다. 기교가 아닌 마음으로 담아내는 사진은 추석을 맞이하는 시점 가장 행복한 선물 같은 사진들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함께 해왔던 어르신들과 함께 퀴즈대회를 열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는 모습들은 여느 추석 특집과는 달리 철저하게 시골에서 살아가고 계신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었습니다.

무한도전이 할머니들께 물었습니다.
할머니, 사진 잘 찍는 비결이 뭐에요?
할머니께서 대답 합니다
워메 어떻게 눌러 붓는 가벼

생활을 그대로 담아내며 살아가시는 그 분들에게 사진은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런 어르신들과 무도 인들의 사진 찍기는 의외성이 지배하는 순간의 재미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찍을지 모르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과 짧은 찰나의 순간 빵 터지게 만드는 유머의 철학은 그렇게 엉뚱한 순간 함께였으니 말입니다.

방송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이 하나의 병풍처럼 취급되는 것과는 달리, <무한도전 은혜 갚은 제비>는 방송을 통해 보여진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철저하게 그 분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오늘 방송은 추석 특집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작년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만이 담긴 사진전이 아니라 산내리 마을 주민들이 찍은 일상의 모습들도 함께 전시될 '무한도展'은 항상 발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듯합니다.

마을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미술관과 같았던 산내리 마을과 그 안에 살며 일상의 모든 것이 주제가 되어 사진을 찍는 할머니 사진작가들의 모습은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공공미술의 유쾌함과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은 흥겹게 다가옵니다.

프로그램을 위한 추석특집이 아닌 그들 안으로 들어서 그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어내는 <무한도전 은혜 갚은 제비>는 추석특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좋은 모범답안이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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