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이 출연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드라마로서는 최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져 가는 <장난스런 키스>는 무엇이 문제인가요?

무능함이 만들어낸 종합선물

<장난스런 키스>를 어느 하나의 문제로 보기가 힘든 것은 총체적 난국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커다란 패착은 안일한 기획의 산물이라는 것이지요. 누구나 이야기하듯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꽃보다 남자>의 성공에 고무된 제작진이 F4중 하나인 김현중을 중심에 두고 드라마를 기획했다는 것이 문제의 출발이었습니다.

일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드라마로서 일본 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김현중의 출연은 드라마 제작의 이유이자 전부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주목받았던 <꽃보다 남자>의 출연자라는 연속성과 SS501로서 높은 인기를 얻은 김현중이라는 존재감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꽃보다 남자>가 대만을 통해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듯 <장난스런 키스> 역시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와 다시 일본으로 가는 동일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작과는 너무 다른 반응으로 과연 이 작품이 일본에 공개되었을 때 김현중에게 득이 될까라는 의문입니다.

김현중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그의 출연만으로도 의미 있고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중에게 김현중의 모습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전작에 이은 유사한 캐릭터에 발전보다는 퇴보에 가까운 연기는 그에게는 지독한 악수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기존 기획사를 떠나 새로운 기획사인 키이스트로 옮겨 선보이는 첫 번째 연기이기에 김현중에게는 <장난스런 키스>는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SS501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래 뿐 아니라 연기에서도 많은 활약을 기대하던 팬들에게나 그를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그의 첫 번째 연기는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그의 잘못된 패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소속사인 키이스트와 제작사인 그룹 에이트간의 긴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일본 시장을 공략하자는 서로의 계산이 일치한 결과가 <장난스런 키스>였습니다.

키이스트의 실질적인 대표인 배용준의 성향과 그룹 에이트의 대표인 송병준의 생각은 단 하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본 시장에 대한 세일즈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 결과 작년 이미 성공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다시 한 번 성공 법칙을 쓰겠다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제작했을 때 일본 시청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야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만국 공통일 수 있는 꽃미남의 등장이 고정 시청자를 불러 모을 수 있다는 판단은 김현중을 전면에 내세운 <장난스런 키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겠지요.

기획이 좋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기획 뿐 아니라 모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필수입니다. 그게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제작 전부터 김현중의 주연으로 인해 일본 내 판권이 팔린 상황에서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김현중에 대한 기대가 드라마보다 더욱 앞서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일본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점쳤던 '아이리스'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허술한 이야기였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았던 엉성한 내용은 드라마가 성공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장난스런 키스> 역시 이야기의 힘은 없고, 오직 김현중의 김현중을 위한 김현중의 드라마로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듭니다. 만화 같은 전개가 문제가 아니라, 만화 같은 감성 속에 시청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녹아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한 게 문제입니다.

<궁S>와 함께 침몰해 버린 황인뢰의 연출력과 고은님 작가의 문제가 모두 드러나며 드라마는 회복 불능에 가까운 한계에 봉착해 있습니다. <번지 점프를 하다>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고은님은 두 번째 영화인 100억이 넘는 저주 받은 대작 <아 유 레디?>부터 현재까지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승기류가 아닌 하강 기류가 역력한 황인뢰와 고은님이라는 조합은 어쩌면 처음부터 한계가 명확했는지도 모릅니다. 대중과 교류하기 힘든 대중문화는 저주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지요. 깔끔한 영상은 있지만 이야기의 재미를 상실해 버린 <장난스런 키스>에는 지금도 이야기꺼리가 김현중밖에는 없습니다.

김현중으로서도 자신에게만 모든 것이 맞춰진 상황은 답답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유사한 가수 출신 배우들이 경합 중인 상황에서,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저조한 성적으로 변명꺼리도 마땅찮은 현실은 김현중에게는 곤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지요.

더욱 박유천, 이승기의 작품 모두 일본 수출이 결정되었고 일본에서도 다시 한 번 평가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비교될 수밖에 없는 연기력은 향후 그들의 일본 활동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시청률이 나쁘다고 나쁜 드라마는 아닙니다. 역으로 시청률이 좋다고 좋은 드라마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라는 공식도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재미가 없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겠지요.

드라마를 통해 사회 현실을 돌아보는 진지함도 없고, 재미를 극대화한 즐거움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아닌 상황에서 그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는 재미도 없습니다. 오직 김현중의 일거수일투족만 봐야 하는 드라마는 김현중 화보집과 다름없을 뿐입니다.

김현중으로서도 과거 답습의 캐릭터는 자신의 연기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가 진정한 연기자로서도 성공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연기력을 높여줄 수 있는 배역을 먼저 생각해야만 할 겁니다. 온전히 김현중의 독선으로 선택한 작품이 아닌 거대한 일본 시장을 노린 상품일 뿐인 <장난스런 키스>는 2010년 최악의 드라마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좀처럼 드라마의 흐름을 선도하지 못한 채 안정적인 사극 외에는 성공적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MBC 드라마 편성국의 문제도 심각해 보입니다. 치열한 드라마 전쟁에서 하염없는 패배만을 보이고 있는 MBC 드라마 편성국은 좀 더 신중하고 노련한 작품 선택을 우선시해야 할 듯합니다. 작품을 보는 눈도 전략도 부족한 그들로 인해 MBC 드라마의 부활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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