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박경근 감독의 <군대>(2018)는 군대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대한 지 10년 만에 카메라를 들고 다시 군대를 찾은 박경근 감독은 우철이라는 훈련병을 만나게 되고, 그를 밀착취재하기 시작한다.

훈련병 당시 우철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여러 가지 훈련으로 몸은 고됐지만, 그는 동기 훈련병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성 있는 청년이었고,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군대 생활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 듯했다. 여기까지는 시즌3까지 제작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군대 체험 예능 MBC <진짜 사나이>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 우철의 훈련병 생활이 끝나고 국방부 의장대 소속 군인이 되는 순간, 이야기는 점점 심각해진다.

다큐멘터리 영화 ‘군대 (ARMY, 2018)’ 스틸이미지

<군대>의 시작은 10여 년 전 군대를 다녀온 박경근 감독의 사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제 갓 군에 입대한 훈련병들을 마주하게 된 박 감독은 그들을 보면서 악몽과 같았던 자신의 군생활을 떠올리고, 군대 선배로서 후배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 또한 함께 드러낸다.

군대를 바라보는 감독의 카메라와 내레이션은 매우 솔직하다. 군대를 무작정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진짜 사나이> 내레이션에 흔히 등장하는 ‘전우애’, ‘성장’과 같은 단어로 군대를 낯간지럽게 포장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군대 (ARMY, 2018)’ 스틸이미지

<군대>가 주목하는 것은 군대 조직 내 깊숙이 뿌리박힌 권위적 집단주의 문화이며, 이는 한국 사회 곳곳에 내재된 폭력의 씨앗이기도 하다. 군부대 내 폭력을 다룬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창>, <폭력의 씨앗>처럼 내무반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부조리한 현상들을 카메라에 담아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군대 특유의 위계적, 권위적 조직 문화와 그 속에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청년 장병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며,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한다는 군대라는 곳을 가감 없이 조명하고자 한다.

주인공 우철의 우울증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이었다. 훈련병 당시만 해도 그는 어느 병사들보다 쾌활했고, 늠름하고 단정한 체격을 인정받아 의장대 사열을 맡는 군인이 되었다. 카메라가 돌아가서 그런지 몰라도, 감독이 군 생활을 했던 10년 전보다 내무반 환경도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주인공은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고 그를 둘러싼 생활은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진다.

제3자 입장에서 주인공을 찍고 있을 뿐인 카메라는 우철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카메라(감독)가 우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의 상태를 걱정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뿐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제대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고자 했던 카메라는 당사자에게 적잖은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 ‘군대 (ARMY, 2018)’ 스틸이미지

관찰자적 시선을 유지하다가도 때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내러티브에 뛰어들고자 하는 <군대>는 제대한 지 10년이 지나도 군대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감독 본인의 이야기이자, 군대 선배로서 군생활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걱정하는 태도가 담긴 사려 깊은 영화다. 동시에 군대와 관련한 문제 제기와 군대에서 시작된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주의 병폐를 꼬집는 질문의 방식 또한 두드러진다.

한편, 군 문제와 관련된 다채로운 관점을 다루는 데 있어 사회에 뿌리박힌 폭력의 본질을 드러낸 영화 <군대>. 유창하면서도 미묘함을 잃지 않은 편집으로 영화적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경쟁 대상 격인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한 <군대>는 11월 29일 열리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되어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나간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