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에 이어 동생들도 새로운 신화를 썼습니다. U-17(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 참가중인 한국 여자 U-17 대표팀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와 대접전을 벌인 끝에 6-5 승리를 거두면서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올랐습니다. 불과 두 달 전에 '언니' U-20 여자대표팀에 이어 또 한 번 FIFA 주관 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는데요. 여자 축구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정말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끈끈한 조직력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또 한 번 좋은 성적을 낸 것이 이제는 이상하지 않게 여겨질 정도가 됐습니다. 그만큼 완전히 자리 잡고 한국만의 팀 컬러를 보여주며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8강전이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조별 예선 성적이 3경기에서 10골을 터트렸을 만큼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면서 3전 전승으로 8강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 3분 만에 2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경기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역시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응수하면서 3전 전승의 나이지리아에 첫 패배이자 탈락을 안기는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경기를 애석하게도 나중에 녹화로 풀타임을 다 봤는데 생중계로 봤다면 정말 손에 땀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어쨌든 우리 여자 선수들의 선전은 참 대단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 U-17 여자 축구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아직 17세 이하인 만큼 선수들의 기량이 성인 대표 뿐 아니라 20세 이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있었습니다. 실수도 제법 있었고, 순간적으로 선수를 놓쳐 골을 허용하고 결정적인 슈팅을 내준 모습은 많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술적인 운영, 그를 바탕으로 뭔가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은 패싱플레이, 공격적인 플레이는 두 달 전 세계 3위를 차지한 U-20 여자팀에 못지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개인 기량도 탄탄했고,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은 발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대회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인 여민지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으로 세계 4강으로 이끈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이번 8강전에서 자신의 세 번째 골을 터트렸을 때는 여민지가 정말 대단한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해 줄 만큼 멋진 골을 터트렸습니다. 공간이 빈 곳을 찾아 자리 잡은 뒤 중앙 미드필더 진영에서 들어온 패스를 받은 여민지는 곧바로 드리블해 들어가면서 자신 있게 전진했고, 이를 막으려 앞으로 나온 골키퍼까지 가볍게 제친 뒤에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로 깔끔하게 골망을 가르면서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패널티킥을 비롯해 헤딩으로도 골을 넣는 등 전천후 득점 기계로 명성을 날린 여민지는 지소연의 뒤를 이을 또 한 명의 젊은 여자 축구 스트라이커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번 대회를 통해 또 다른 여자 축구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자 축구가 '가능성만 있었을 뿐 세계적인 수준까지 오르려면 한참 멀었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20세 이하에 이어 17세 이하 팀까지 4강에 오르는 성적을 내면서 진정한 르네상스가 찾아온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비록 내년에 열리는 여자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는 못하지만 이 어린 선수들이 더욱 발전해서 원숙한 기량을 갖춘다면 2015년에 열리는 여자 월드컵 본선에 오르고 첫 출전에 엄청난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어쨌든 짧은 역사,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세계 정상을 향해 전진하는 여자 축구가 대단하게만 느껴질 뿐 입니다. 엷은 선수층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향해 떠오르는 여자 축구의 또 한 번의 쾌거에 많은 팬들은 크게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의 선전도 격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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