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예능에 투입된 이후로 아나운서 특히 여자 아나운서들은 각종 명절 특집이나 특별한 게스트가 없을 때에 밥값 이상을 해내는 방송국의 보배들이다. 해피 투게더 역시 마땅한 게스트가 없었던지 아니면 작정하고 황정민을 아나테이너로 데뷔시키기 위한 포석인지 몰라도 아나운서 네 명을 목욕탕으로 불러 모았다. 그러나 KBS의 경우 전현무가 아니면 아나운서 특유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별 재미는 없을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처음부터 깨지기 시작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상상플러스에서는 통편집 당했다는 황정민 아나를 중심으로 가닥을 잡아 갔다. 과거 상상 플러스 때는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해피 투게더에서 황정민은 아나운서가 아니라 열 개그맨 찜 쪄 먹을 예능감을 터뜨린 예능인이었다. 황정민은 아나운서면서 특히 바른말에 허술한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면서도 이야기 소재마다 적극적으로 수다스러운 면을 보여 아주 친근하고 정감 있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황정민은 줄곧 남편과의 일화를 통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첫 번째가 ‘빚이’를 읽는 보통의 습관들을 말하면서 남편이 “비시 얼마고 어쩌고”하는 것이 귀에 거슬린다고 하면서 곧바로 이어지는 조성모의 노래 ‘바램’을 말할 때는 먼저 ‘바람’이라고 바르게 말했다가 전현무의 말을 듣다가는 ‘바래’가 맞다고 했다가 망신을 자초했다. 설마 모르고 그랬다고 생각되지 않은 상당히 의도적인 자살골이었다.
그 와중에서 깨알같은 황정민의 활약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지만 마지막 화룡정점은 해피 투게더의 히트 상품 손병호 게임을 통해서 나왔다. 일차 벌칙에 걸려 물을 전현무와 함께 맞은 황정민은 우선 여자 아나운서의 망가진 모습을 통해서 충분히 시청자의 못된 웃음 욕심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유재석이 다시 한번 더 하자는 말에 두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아~흐”하는 긴 신음을 뱉었다. 순간 목욕탕 안은 완전히 폭탄 맞은 것처럼 뒤집어졌다.
황정민 아나의 이런 새로운 모습은 대단히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황 아나의 이력을 보면 고참인 만큼 이런저럼 프로그램을 섭렵했지만 딱히 예능 프로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해피 투게더를 통해서 확인된 그녀는 아나운서계의 박미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예능MC의 기대감을 자극하였다. 한때 예능에 아나운서가 활약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지만 요즘은 거의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황정민이 새로운 예능 MC 아나테이너로 변신해도 좋겠다는 기대와 전망을 갖게 된다.
과거 몇 차례 말실수도 있어 황정민 아나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해피 투게더와 같은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아나테이너라는 새로운 예능 블루칩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