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통일부의 '취재 불허' 결정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면서도, 언론도 민감한 대외관계에서는 정부와 협조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은 16일 발행한 노보에 '정부, 북 배려하듯 언론도 존중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 노조는 우선 "남측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판문점의 지역적 특성, 남북고위급회담이라는 성격, 상당히 제한된 인원이 조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했다"고 해명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해명을 인용하며 "북한에 조그마한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특정 언론인이나 언론사를 취재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협조 요청을 했다고는 해도 끝까지 기자단과 해당 언론인의 판단을 존중했어야 했다. 협조가 안됐을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요청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통일부의 이같은 결정이 비판적인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향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시에도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노조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일로 인해 앞으로 대북 취재에서 정부가 언론인을 선별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북한에 줬다는 점"이라며 "남쪽의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이해시키는 것도 북한을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적응케 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정부가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노조는 민감한 대외관계에서는 언론 역시 정부와 협조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그럼에도 언론자유 침해 상황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언론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평화체제 구축이 험난한 시대적 과제이기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언론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정부를 비판함과 동시에 책임있는 언론의 자세를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탈북민은 존재 자체가 남한의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우위를 입증한다. 북한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실향민과 탈북자, 그리고 연평도 주민들이 이번 회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봤다'며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그러나 북한에도 판을 깨려는 호전적 세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외교 전략으로 북한 협상파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한국이 김정은보다도 협량할 이유가 없다. 눈치 본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노조는 "과거 정권 시절 본지는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정파를 떠나 초당적으로 정 부를 신뢰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물론 무조건 지지한다면 언론이 아니고 적정한 비판은 협상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서조차 정부와 언론이 서로를 존중 하지도 협조하지도 못한다면 북한을 상대로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같은 노보 내용에 대해 조선일보 정치부 소속 노조원들은 유감을 표했다. 정치부 소속 노조원 일동은 17일 입장을 내어 "16일 발행된 '조선노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노보 글의 배치와 분량을 감안하면 통일부의 '언론자유 침해', '탈북민 차별' 행위를 감싸고 김 조합원을 풀기자로 정한 본지의 결정을 나무란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번 노보는 정부의 언론자유 침해, 탈북민 차별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보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본지가 김 조합원을 풀기자로 정한 결정을 재고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이 같은 인식은 현장 취재기자를 비롯한 대다수 조합원들의 생각은 물론, 언론계 전반의 정서와도 동떨어진 것"이라며 "판문점 남측에서 열리는 회담에 통일부 출입 6년차인 김 조합원을 풀기자로 보내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조선일보 노보는 도대체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가. 조선일보 노조원들인가, 정부인가"라고 노보 내용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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