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17일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명단을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여야가 정개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한지 약 3달 만이다. 자유한국당의 정개특위 명단 미제출로 막혀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오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비상설특별위원회 구성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국회 표결 ▲국회 추천 공직후보자 사전 검증절차 강화 ▲국회 운영위 산하에 인사청문제도개선소위원회 구성 등을 합의했다. 특히 여야가 비상설특별위원회 구성 가운데 정개특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관심이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19대 국회부터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불어민주당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었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권역을 나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선거제도 개혁은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사건으로 탄핵 당했고, 이 여파로 자유한국당은 2017년 5·9대선,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를 내주며 완패했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7월 "개헌 논의가 이뤄지면 국가 권력 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 권력구조 혁신 이 세 가지 문제는 필연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 기존의 입장에 함몰되고 매몰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그러나 막상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환경 조성조차 쉽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정개특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서다. 당초 지난 7월 국회는 2020년 총선에서 선거제도, 지역구 배분 등을 논의할 정개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민주당 9명, 자유한국당 1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으로 정개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맡기로 했다.

그러던 중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드루킹 김동원 씨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상황이 다시 뒤바뀌었다.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 몫으로 정개특위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던 정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빌미로 정의당은 정개특위에서 빠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는 7월 본회의 의결 이후 3달이 다 되도록 구성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권 연령 인하 등 많은 선거제도 개혁 이슈도 동력을 잃었다.

그러나 16일 여야가 정개특위 구성에 재합의하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힘을 받게 됐다. 이날 여야는 정개특위를 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17일까지 특위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개특위 인선이 마무리되면 국회가 본격적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늦게라도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유한국당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합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먼저 의원정수를 논의하고 거기에 맞춰 중앙선관위 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하승수 대표는 "의원정수는 국회의원 특권 줄이기와 관련이 돼 있어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시민사회에서도 이 시기에 맞춰 10월 말 문화제도 준비하고 있으니, 국회가 국정감사가 끝나고 11월에 집중 논의해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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