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교황이 내년 봄쯤 방북을 희망한다”고 말해 논란이다. 외교적으로는 아직 전달도 하지 않고, 당연히 대답도 하지 않은 교황 방북에 대해서 여당 대표가 모든 외교절차를 앞질러 발언을 한 것이다.

교황의 방북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나가기 전 청와대에 의해 발표가 되었고, 문 대통령이 교황을 만났을 때 직접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발표부터가 이미 교황청의 긍정 답변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확정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답답할 수 있으나, 외교에는 절차라는 것이 존재한다. 교황의 방북은 현재 우리가 추진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끼칠 영향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매우 신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교황의 방북은 2차 북미회담과 맞물려 세계의 이목이 쏠린 사안이다. 교황이 방북을 수락할지, 또 한다면 언제가 될지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교황의 방북이 이루어진다면, 교황이 평양 공항에 내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장면은 트럼프의 평양방문에 못지않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이해찬 대표의 교황 방북에 대해서 연합뉴스는 교황청 공보실에 질의를 했다고 한다. 교황청의 답변은 “아직 공식적으로 초청 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교황청은 교황의 방북과 관련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였다.

사실 교황의 방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서적으로도 그렇지만 교황의 방북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천주교 사제가 없는 북한은 교황의 방문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직접 얼굴을 맞댄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 정오에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청에서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황청의 소식통을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황의 해외 순방은 개별 국가 정상의 초청과 함께 그 나라 가톨릭대표 단체인 주교회의 차원의 초청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교황이 이를 수락해야 비로소 현실화된다. 초청도 공식 초청장을 보내야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남북의 긴장 해소와 화해를 강조해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면 북한 방북이라는 결단을 내릴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라도 북한의 초청을 교황에게 전달하는데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제치고 이해찬 대표가 외교 결과에 대해서 먼저 언급한 것은 성급하고도 경솔한 태도였다는 지적이다.

여당 대표의 역할은 정부의 발표 이전에 먼저 발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외교 결과에 대해서 지지하고, 힘을 보태는 데 있다. 이해찬 대표가 왜 대통령과 정부보다 앞질러 교황의 방북건을 언급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에 대해서 과속 논란이 이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제를 위해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실언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해찬 대표로 인한 논란이 줄을 잇고 있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과 가장 최근에는 국감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5.24조치 해제 검토를 물어 큰 논란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해찬 대표가 민주당의 트러블메이커로 등극하고 있다는 시민들 반응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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