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라미란 사용 설명서! <주말 사용 설명서> (10월 7일 방송)

tvN 예능프로그램 <주말 사용 설명서>

연예인 일상 관찰 카메라는 차고 넘쳤다. MBC <나 혼자 산다>가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일상 관찰 예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지난 7일 방송된 tvN <주말 사용 설명서>는 라미란의 일상 공개로 시작됐다. 서로에 대해 더 알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코너지만, 사실 그 기획의도라는 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명분이다. 그래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프라이팬 위의 달걀지단을 한 번에 뒤집고, 밥을 크게 덜어 김에 턱 붙인 뒤 김밥 발도 없이 맨손으로 김밥을 마는 라미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런 우려 따위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브런치 메뉴로 김밥도 모자라 낙지 파스타까지 뚝딱 만드는 부지런함, 부스스 일어나서 소파에 누웠다가 부엌에 와서 요리를 만들고 먹기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내추럴함, 자갈밭에 망치질을 하면서 텐트를 치는 과격함 그리고 여벌옷 없이 수영장에 무작정 몸을 던지는 용기까지.

tvN 예능프로그램 <주말 사용 설명서>

다른 출연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어머 이건 해야 해”라는 구호를 계속 외치자 “한 회 만에 질리네”, “다 죽일 거야”라며 거침없이 분통을 쏟아냈다. 꼼꼼한 스킨케어 대신 뾰루지에 연고 바르고 소화제 하나 먹는 것이 전부고, 아침에도 양치 대신 껌 씹으면 된다는 세상 쿨한 여자. 다이어트 중이라고 일절 군것질 안 한다면서 10분 뒤 생라면에 스프를 섞는 언행불일치 여자. 아무리 꾸미지 않는다고 해도 ‘예능은 웃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주는 무게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라미란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없이 연예인 일상 관찰 카메라를 봐왔음에도 라미란의 일상은 너무나 신선했다. 과거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김숙과 함께 걸크러시 자매로 통하긴 했지만, <주말 사용 설명서>에서 보여준 라미란의 일상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이 주의 Worst: 1회 1교통사고 드라마 <흉부외과> (10월 10~11일 방송)

SBS 드라마 <흉부외과>

병원장 윤현일(정보석)의 비리를 알고 있는 이사장 윤현목(남경읍)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 최석한(엄기준)이 태산대병원에 남은 이유인 ‘소아심장센터 건립’ 추진과 박태수(고수)의 ‘수술 중 본드 사용 사건’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이사장 딸 윤수연(서지혜)도 역시 교통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심장을 이송 중인 박태수마저 교통사고로 위기 봉착.

SBS <흉부외과>는 교통사고가 없으면 절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드라마인 것일까. 윤현목도, 윤수연도, 박태수도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9~12회에 걸쳐 총 세 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1회 1교통사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개연성이 전혀 없는 교통사고였다. 느닷없이 한밤중에 윤현목-윤수연 부녀가 응급실에 실려 오고, 멀쩡하게 심장을 이송하던 박태수가 탄 앰뷸런스도 갑자기 트럭과 추돌했다.

SBS 드라마 <흉부외과>

사실 <흉부외과>는 방영 초반부터 ‘신파극’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태수가 황진철 교수의 의료사고를 폭로하면서 흉부외과 내의 입지가 좁아진 순간에 어머니가 응급실로 실려 와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을 위기에 처했다. 최석한의 도움으로 박태수 어머니가 태산대병원에 도착하는 순간 병원장은 최석한에게 자신의 환자 케어를 명령했고, 박태수 어머니가 수술실 밖으로 쫓겨나기 직전에야 최석한이 병원장의 환자 수술을 미루고 박태수 어머니의 수술을 맡기로 결정했다.

‘하필 그 순간에’라는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회차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극단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갈등이 풀릴 만하면 또 다른 갈등이 생겼다. 물론 메디컬 드라마 특유의 긴박한 전개를 위해서는 갈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모든 갈등에 교통사고가 수반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그나마 <흉부외과>를 보게 만들었던 최석한의 캐릭터마저 흔들리고 있다. 뛰어난 실력으로 학벌과 지연 콤플렉스를 극복했던 냉혈한 최석한이 복수극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굉장히 감정적인 캐릭터로 전락했고, 최석한 특유의 매력이 희석되기 시작했다. 이제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은 주인공은 최석한 뿐이다. 제작진은 앞으로 최석한의 운명을 어떻게 그려나갈까. 설마, 또, 교통사고는 아닐 거라 믿어본다.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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