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거대 자본에 종속된 미디어 시스템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은 “자본에 종속된 미디어는 시민의 분노를 무력화하고 내일을 사라지게 한다”면서 “권력층이 걸어놓은 빗장을 파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의 ‘미디어와 자본’ 강연이 한국외국어대 오바마 홀에서 열렸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제 전문가다. 파리 8대학 교수와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을 거쳤으며 2008년부터 동 언론사 발행인·편집인을 맡고 있다.

▲12일 한국외국어대에서 '미디어와 자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사진=미디어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자본에 종속된 미디어 환경을 비판했다. 발행인은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 가문은 전 세계적으로 20여 곳에 달한다”면서 “루퍼트 머독 같은 신종 세력의 힘은 국가를 넘어서고 있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규칙과 저널리즘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퍼트 머독은 21세기 폭스와 뉴스 코프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언론 재벌로, 미국의 FOX,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포스트와 영국의 Sky, 더 선, 더 타임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프랑스의 경제 봉건세력 중 하나인 다쏘그룹(Dassault)은 언론사 ‘피가로’를 소유하고 있다”면서 “다쏘 그룹이 전투기를 만들어 걸프 지역에 판매했을 때 피가로가 비판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언론인 프랑수아즈 지루의 사례를 들었다. 1953년 프랑수아즈 지루는 ‘렉스프레스’란 주간지를 창간했다. 당시 프랑수아즈 지루는 “난 언론사주에 종속된 기자다. 신문이 언론사주가 속한 기득권층을 공격하길 기대한다는 것은 바보짓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머독 같은 언론의 장악자가 없던 당시에도 저런 논의가 나왔는데 현재는 관련된 문제 제기가 없다”면서 “현재 언론의 독립성이 디지털화, 독자·수익 감소 등과 같은 변화에 무릎을 꿇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발행인은 “언론사의 소유 문제는 정보의 정직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언론은 시민의 의견과 생각, 선택이 만들어지는 공론장”이라고 말했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정보의 소유(거대 언론 가문의 언론사 독점)라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왜곡된 시스템이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저질 정보의 유포에 대해 놀라는 척을 그만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발행인은 “많은 언론사가 자신의 사주와 유리한 기사를 작성할 뿐 정작 중요한 소외계층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지 않냐”면서 “이런 시스템에서 우리에게 닥칠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퍼트 머독 (사진=연합뉴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언론 소유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행인은 “언론 시스템의 재편이 없다면 우리의 분노는 무력해지고 내일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엘리트 권력층이 미디어에 쳐놓은 빗장을 부숴야 한다”고 밝혔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독립 언론을 위해선 후원을 하고 옳은 언론사의 신문을 직접 구독해라”면서 “단순히 기사를 보고 ‘좋구나’라고 감상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되고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주 알리미는 “만약 돈을 내지 않고 기사를 보고 있다면 누가 기사에 대한 돈을 내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아마 그 언론사는 광고주가 원하지 않는 기사는 쓰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행인은 “기사가 공짜라면 언론사에는 종속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기업은 독자를 타겟으로 삼아서 제품을 광고하거나 해서 독자와 언론이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독자에게 다양한 이념의 기사를 고루 읽어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인은 “보수 언론만 읽는 보수적 사람들, 진보 언론만 읽는 진보적 사람만큼 끔찍한 것도 없다”면서 “다양한 시각을 고루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행인은 “난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보수 성향의 신문을 매일 읽고 있다”면서 “심지어 오늘도 파이낸셜 타임스(영국의 보수 경제지)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연을 듣는 학생에겐 기자직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기자가 되어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 항상 ‘그래야 해’라고 답한다”면서 “저널리즘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우린 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인은 “물론 현 체제에 반대하는 언론사나 독립 언론에서 일한다면 급여도 적고, 권력층에 미움받고, TV에도 덜 등장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다. 보다 유익한 일을 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