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문재인 정부의 가짜 뉴스 근절 대책 추진과 관련해 "선의로 만들어진 제도라도 할지라도 악용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언론노조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보다 자율규제를 다듬고 현행법을 엄정하게 적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2일 언론노조는 논평을 통해 "정부의 가짜 뉴스 근절 대책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가짜 뉴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두고 찬반 양론이 부딪히고 있다"며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시작으로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각각 가짜 뉴스 수사 및 근절 방안 등을 내놓은 가운데 한 차례 발표가 미뤄진 '허위 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은 보다 강력한 규제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의도된 가짜 뉴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그 자체로 문제다. 하물며 여론을 조작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건전한 공론 구조까지 위협하는 것은 단호히 뿌리뽑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가짜 뉴스를 없애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우선 가짜 뉴스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 무엇이 가짜 뉴스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자칫 정권의 입맛에 따라 판단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선의로 만들어진 제도라도 할지라도 악용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며 "언론 매체를 통해 게재된 허위 보도를 규제하는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언론 파괴 공작을 똑똑히 보아왔다"며 "의사 표현의 자유가 법치를 가장한 정권에 의해 구속된 아픈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신문과 방송 등의 자율 규제는 과거 정권의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가짜 뉴스는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그리고 규제 방안을 강구할 땐 국민의 의사표현을 침해하지는 않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를 놓고 보더라도 정부가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해 강력한 규제 중심의 대책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그보다 언론의 자율 규제를 다듬고, 현행법을 엄정히 적용해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집중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더불어 문재인정부에 요청한다. 지난 9년간 정권의 입맛에 따라 개악된 신문법과 방송법 등을 바로잡고,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는 촛불 시민들의 뜻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언론의 책임과 반성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았다면, 이처럼 허위 정보가 판을 치지는 않았을 터다"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부와 언론 스스로의 노력으로 신문과 방송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때, 가짜 뉴스는 더 이상 발붙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조금 더디더라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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