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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KBS 색깔론 펼치다 '자가당착'KBS 대북방송 송출 출력 낮춘 것 두고 "김정은 심기 살펴" 주장…알고보니 '2012년부터'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10.12 10:57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KBS가 대북방송 송신 출력을 낮춘 것을 근거로 "김정은 심기를 살피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KBS가 대북방송 송신 출력을 낮춘 것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였고, KBS가 신기술을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조선일보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지난 9일자 조선일보는 <KBS, 대북 라디오방송 송신 출력 낮췄다>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KBS는 지난달 말 중앙전파관리소 현장조사에서 전체 26개 AM 라디오 방송국 중 8곳의 출력을 임의로 낮춰 운영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며 "한민족방송과 사랑의소리, KBS1·2 AM, 울산·목포·강릉1AM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9일자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는 "이 중 한민족방송은 허가 출력 1500킬로와트를 750~1349kW까지 낮춰 감소 폭이 가장 컸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한민족방송은 한반도 전역과 중국 일부까지 가청 권역인데 출력이 낮아지면서 신호가 닿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0일자 조선일보는 이 사안을 색깔론으로 각색했다. 조선일보는 <출력 낮춰 北 주민은 못 듣게 한 KBS 대북 방송> 사설에서 "KBS 대북 방송은 1948년 시작돼 여러 번 방송명이 바뀌고 남북 관계 변화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긴 했지만 중단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민간 대북 방송보다 출력이 강해 북한 전역을 커버하고 러시아 쪽 접경까지 전파가 닿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탈북자들은 저마다 대북 방송의 추억을 하나씩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북 주민들은 김씨 일가를 비난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남한의 발전상에 눈이 열렸고 '인권' '자유'라는 말에 귀가 트였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방송을 듣다가 수용소로 끌려가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라디오를 내려놓지 않았다"며 "진실의 힘은 그만큼 강하다"고 강조했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국제사회는 북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북에 외부 정보를 유입시키는 내용을 강화한 북한인권법을 재승인했다. 재정 지원하는 정보 기기 종류를 기존 라디오에서 USB·SD 카드·휴대전화·무선 인터넷 등으로 대폭 넓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간다"며 "한 민간 대북 방송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모든 정부 지원이 끊겼다'고 했다. 여당 의원은 진실을 전하는 또 다른 수단인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공영 대북 방송마저 희미해졌다"며 "북한 주민보다 김정은 심기를 먼저 살피는 기이한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가 대북 방송 출력을 낮춘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심기를 먼저 살피는 기이한 분위기'라며 마치 현 정부 들어 발생한 일인 것처럼 말한 조선일보의 지적이 옳지 않단 얘기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날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절반 만의 출력으로 전파가 똑같이 갈 수 있느냐. 절반으로 낮춰갖고 다 할 수 있다면 뭐 노벨상감 아니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은 "제가 기술자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출력을 낮춘 것은) 2012년부터"라고 밝혔다.

지난 9일 KBS 측은 반박자료를 내기도 했다. KBS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아가기 위한 왜곡된 기사"라고 밝혔다. KBS는 "한민족방송 송신기에 사용되는 전력저감 기술은 방송 서비스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전력을 절감하는 신기술로서 제작사의 기술자료 및 KBS 자체 전파조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됨에도 북한 주민들이 방송을 청취할 수 없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중앙전파관리소 현장조사에서 지적된 8개 시설 중 5개 시설은 송신시설(안테나, 송신기, 전력설비 등)에 장애가 발생하여 유지보수를 위해 불가피하게 단기간 출력을 저감해 송출했던 상황으로 의도적으로 출력을 낮춘 사실이 없다"며 "한민족방송과 사랑의소리 방송을 송출하는 3개 시설은 기존의 방송 서비스 구역을 유지하면서 소모전력을 절감시키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송신기가 도입돼 운용한 상황으로 방송 서비스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KBS는 "2005년도 이후 대부분의 중파송신기에는 소자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력저감모드 기술(ACC, DCC등)이 적용됐으며, 미국 등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 도입된 중파송신기에도 해당 모드가 적용돼 있다"며 "KBS에서는 한민족방송 전파조사(2008년 중국연변지역 조사), 사랑의소리 방송 전파조사(2011년 국내 방송구역)를 통해 해당 모드 운용 시 청취에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BS는 "미국 FCC의 경우 2011년 9월에 해당기술을 기술수준에 반영해 서비스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며 "다만 해당기술이 적용된 송신기를 도입한 KBS를 포함한 국내 방송사들이 해당모드를 운용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무선국 기술기준에 반영돼 있지 않아 행정기관에서 이를 문제시 하고 있는 상황으로 앞으로 기술기준에 반영토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KBS는 "최근 남북화해 모드에 맞춰 대북방송을 일부러 소홀히 했다는 의혹은 거짓정보를 통해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고가는 의도로 여겨진다"며 "전력저감모드를 운용하는 송신기들은 송신기 도입 시(2011년~2012년)부터 적용했으며, 최근의 남북화해 모드와는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12일자 조선일보 보도.

이러한 설명에 조선일보는 12일 KBS가 대북방송 출력을 낮춘 것은 전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보도에서는 '색깔론'은 사라졌다. 조선일보는 <"KBS 대북방송 출력 낮춘건 전파법 위반"> 기사에서 "KBS는 최근 과기정통부 조사에서 전체 26개 AM 라디오 방송국 중 8개 방송국의 출력을 최대 50%까지 낮춘 것이 적발되어 방통위의 행정처분 절차를 앞두고 있다"며 "현행법상 허가 출력의 10%를 범위를 벗어나 출력을 낮추는 것은 전파법(14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KBS 측의 반박자료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과기정통부 담당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가청 거리에 영향이 없다는 KBS 주장에 대해) 출력을 낮추면 그에 비례해 가청 거리가 똑같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경계 지역에서는 잡음이 생길 수 있다'며 '새 송신 설비를 도입하려면 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KBS는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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