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부가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0일 논평을 통해 “표현규제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사안에 관해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정부는 ‘가짜 뉴스’ 대책을 국회와 시민사회를 통한 사회적 논의에 맡기고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8일 "발표내용에 대한 보완, 검토가 더 필요해 브리핑을 연기한다"는 이유로 돌연 발표가 미뤄졌다. 대통령이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직접 질책을 하고 총리가 보완을 요구했기 때문에 발표가 연기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예정된 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부가 가짜 뉴스에 대한)강력한 규제 방안을 가져오라며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이라면서 “방통위는 엄연히 법으로 독립성을 보장하는 독립위원회”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일방적으로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면서 “표현규제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사안에 관해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연대는 “가짜 뉴스 과잉규제 압박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여론조작 및 혐오표현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민주국가들이 자율규제와 미디어 교육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허위사실의 유포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면서 “방통위가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은 타당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규제강화를 압박하는 것은 정치적 계기가 있거나 특정한 규제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가짜 뉴스 대책을 국회와 시민사회를 통한 사회적 논의에 맡기고 한발 물러서야 한다. 방통위를 쥐어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에 대해선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방통위는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해왔고 정치 권력에 종속되어 권력의 도구가 되길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표현규제와 이용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할 방통위가 검경 등 수사당국과 합동으로 처벌 대책을 발표한다는 발상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퇴짜 한번 맞았다고 이내 꼬리를 내린다면 방통위 독립성은 한 뼘도 자라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시민이 방통위에 요구하는 것은 정무적 판단이 아니라 독립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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