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21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유럽 순방에 나선다.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 중에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17일과 18일로 잡힌 로마 교황청 공식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개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같은 계획을 9일 로마 교황청과 청와대가 발표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에 만남에도 당연히 시선이 쏠리기 마련인데, 거기에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전달할 평양 초청 소식까지 곁들여졌다.

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과 만나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습니다”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두산에 오른 남북 정상이 대화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 초청을 제안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직접 얼굴을 맞댄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 정오에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청에서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세월호 리본을 달았고, 이에 대해서 중립을 지키라는 누군가의 말에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는 말을 남겨 깊은 울림을 전한 바 있었다. 또한 광화문 광장에서는 유민 아빠의 손을 잡고 직접 위로한 사진도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그런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은 우리로서도 새삼 반가운 일이다. 또한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한반도 평화 행보에 더 많은 세계인이 주목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 방문을 수락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가 이런 사실을 뒤늦게 발표한 것은 이에 대한 교황의 대답을 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가을의 평양은 매우 분주하다.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찾았고,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도 평양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판문점도 후보 중 하나이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이 미국 중간선거 전에 이뤄진다면 경호 등의 준비가 최소 3주 걸리기 때문에 제3국은 후보지에서 제외된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면 자연스레 북미정상이 만날 장소는 판문점 아니면 더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평양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과 만찬까지 하는 등 성과와 진전을 보여 2차 북미정상회담에 좀 더 진전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평양 방문도 아주 무리는 아닌 예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시기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교황의 방문도 공식화된다면 평양은 갑작스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평양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되는 것은 현재 남북이 바라는 한반도 평화에 큰 도움이 된다. 미사일이나 핵이 아니라 교황 방문 등 평화적 이슈로 평양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히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온도를 더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트럼프 대통령도 평양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지구촌에 전하는 강력한 평화 메시지일 것이다. 때문에 아직은 정해진 것이 전혀 없지만 조심스럽게, 그러나 정말 간절하게 프란치스코 교황도, 트럼프 대통령도 모두 평양을 방문해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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