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tbs가 한국 방송계 최초로 작가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직접고용에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서울시와 tbs가 재단 전환을 앞두고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을 상대로 직접 고용 절차에 들어선 것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tbs는 최근 신입작가 중 6명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월 140~150만 원을 받던 신입작가들은 월 평균 192만 원 내외로 급여가 인상되고 1년 간의 고용도 보장된다. 4대 보험과 퇴직금은 물론이고 연차 휴가도 받게 됐다.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한 휴일근로의 경우 50%의 수당도 받게 된다. 퇴직시 실업급여 적용도 받게 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당연한 권리지만, 한국의 방송작가들로서는 처음 갖게 된 권리다.

▲tbs CI (사진=tbs 홈페이지 캡쳐)

방송작가지부에 따르면 현재 tbs 노사는 신입작가들뿐만 아니라 연차가 높은 서브와 메인급 작가들도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계약 기간 등 세부사항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들과 tbs 사측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방송작가지부는 "그동안 방송작가들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했고,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며 "고용 안정은커녕 임신 출산 육아 휴직 등 여성이라면 마땅히 누려야할 모성 보호도 받지 못했다. 방송작가들은 기혼 혹은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채용에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면접 자리에서 출산 계획 있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방송작가지부는 "프리랜서로 불리며 형식상 자영업자로 위장돼 있지만 상당수의 방송작가들은 사실상 방송사 혹은 제작사에 고용돼 지시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며 "주먹구구식의 구두 계약에 그치거나 독소 조항 가득한 불공정 계약서 체결을 강요받아 왔지만 그나마 계약 내용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일도 빈번히 발생해왔다"고 말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작가의 저작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집필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권고 사항에 그치고 있어 현장 적용 사례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라며 "방송작가에 처음 입문해 저작물이 없는 신입 작가나 보도, 시사, 라디오 등 방송국에 상주하는 형태로 일하면서도 저작권 보호의 실익이 거의 없는 방송작가들의 노동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 또한 전무하다"고 전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이런 가운데 tbs가 단행한 근로계약 체결 조치는 방송작가들의 불공정 노동환경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런 조치가 tbs를 넘어 공영방송인 KBS와 MBC 그리고 정부 산하 기관인 KTV와 아리랑TV 등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방송 업계 전반으로 이런 분위기가 확산돼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방송관행이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이번 조치는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적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며 "방송작가지부는 방송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과 과감한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소득, 전문직, 자유로움을 표방하는 프리랜서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감정노동에 방치돼있는 프리랜서의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중앙 부처가 함께 나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작가지부는 "공정한 언론은 공정한 노동에서 시작된다. 더 이상 방송작가를 프리랜서라는 위장 프레임 속 노동사각지대에 방치해선 안 된다"며 "방송작가들의 노동 기본권 확대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국회가 서둘러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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