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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문제, 근본적 인식 개선 필요"[인터뷰] 김영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대응팀장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10.09 11:02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으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몰래카메라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범죄는 인터넷 환경의 특성상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보복성 영상 유포 시 5년 이하 징역 및 삭제비용 부과, 경제·의료·법률적 원스톱 피해지원, 불법영상물 유통 사업자 조치의무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디지털 성범죄의 유포와 확산을 막기 위해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을 신설했다. 이들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시정요구를 한 건만 7000건이 넘는다. 김영선 디지털성범죄대응팀장은 “실제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심각하다”며 “방통심의위가 맡은 확산 방지 역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민의 인식 변화”라고 강조한다. 이하 미디어스와 김 팀장의 일문일답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Q. 디지털 성범죄란 무엇인가

A. 디지털 성범죄는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뜻한다. 명백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불법 촬영물이 온라인상에 유포될 때 이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것’이 그것이다. 

주로 불법 촬영물과 몰래카메라, 서로 동의하고 촬영했지만, 일방적으로 유포한 사진·영상물이 심의 대상이다. 최근에는 성폭력처벌법에 해당하지 않는 안건도 처리하고 있다. 사진을 합성하거나 SNS 계정 사진을 가져와 성적으로 문란한 말과 함께 유포하는 사례들 말이다.

Q.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은 심각할 것 같다

A. 디지털 성범죄를 개인에 대한 권리침해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불법 촬영물이 온라인에 유포되면 개인의 영역을 뛰어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선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숨어서 살게 된다. 개명하고 성형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파괴하는, 인격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

Q.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의 업무를 소개해 달라

A. 피해당사자나 일반인의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시작한다. 디지털성범죄대응팀에 직원이 7명 있다. 직원들이 해당 영상·사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업자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인터넷상에 같은 게시물이 퍼져있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맡는다.

현재는 신고 후 3일 내 처리를 완료하고 있다. 시급한 안건은 당일 처리를 하기도 한다. 방통심의위가 얼마나 빨리 대응을 하냐에 따라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직원들이 안건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인가.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

A. 맞다. 현재의 인력에 의한 시스템은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해결책이다. 방통심의위는 DNA 시스템 적용을 준비 중이다. DNA는 동영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보를 뜻한다. 일종의 지문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걸 통합·관리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영상물의 DNA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웹하드 등의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필터링하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DNA 필터링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불법 촬영물의 업로드와 다운로드 시점에서 필터링을 할 수 있다.

Q. 올해 4월 출범된 팀인데 7월까지 7461건의 심의를 했다

A. 7000여 건은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가 시정요구를 한 건수일 뿐이며, 실제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더 심각하다.

Q. 단기간 많은 심의를 했다. 업무가 과중해 보인다

A. 현재 직원 한 명당 2~300건의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주말에도 꼭 한 명씩 출근한다. 디지털 성범죄 신고가 주중·주말을 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루는 안건의 양도 많고, 명백한 피해자가 있는 성범죄 자료다 보니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인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현재 7명의 직원과 3명의 모니터링 요원이 모든 일을 맡고 있다. 좀 더 많은 인력을 충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 예산을 지원받아서 인력을 충원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할 것이다.

Q. 해외 사이트에서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나

A. 해외 사이트 사업자 문제는 방통심의위 통신심의국의 고민거리다. 국내 사업자는 심의 가이드라인과 규정을 알고 있고, 대응이 쉽다. 하지만 해외사업자에 심의규정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국내법을 피하고자 해외에서 음란물 유포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래서 해외 음란사이트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올 연말에서 내년 초까진 해외 음란사이트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구글·페이스북·텀블러 등 일반 해외 사이트와는 협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국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려 다양한 해외 사이트와 합의된 기준을 마련할 것이다.

Q. 이러한 노력에도 디지털 성범죄 문제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A.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이 모든 불법 촬영물을 삭제한다는 기대감만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린 피해를 최소화하고 확산을 늦추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한번 유포된 불법 촬영물을 완벽하게 없앨 방법은 많지 않다. 대대적인 수사를 하면 한동안 잠잠해지겠지만, 원본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젠가는 또 유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결국, 인식 변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디지털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을 소개하고 싶다. 최근 학계에서 자주 나오는 개념인데,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 주변 지인은 해당 불법 촬영물은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을 때 왜 피해자가 인간관계를 끊고, 사회와 단절되어야 하는가. 색안경을 끼지 않고, 피해자가 우리 곁에 올 수 있도록 치유를 도와야 한다. 그런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

Q. 디지털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은 추상적인 것 아닌가

A.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부 종합대책이 나온 지 1년이 넘어섰다. 이젠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해결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결코, 실현 불가능하거나 추상적인 대안이 아니다. 

저작권 인식의 변화과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저작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음악·영화의 불법 복제가 당연시되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꾸준한 교육을 하니 시민의 인식이 바뀌었다. 예컨대 중학생들은 저작물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교육이 시민의 생각을 바꾼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장기적이고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효과는 엄청나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앞으로 방통심의위와 교육부, 여성가족부가 함께 사회적 캠페인을 벌였으면 한다. 디지털 회복·탄력성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고 피해자를 우리 곁으로 끌어와야 한다.

Q.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A. 우리에게 신고했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럴 땐 모든 힘이 빠지고, 우리가 뭘 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성범죄를 없애기 가장 좋은 방법은 악성 유포자를 잡고, 유포된 영상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인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방통심의위는 수사 권한이 없어 한계도 있다.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디지털 회복·탄력성을 위한 정책과 교육 도입이 시급하다.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종결시킬 수 있는 방향은 거기에 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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