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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EBS에 덧씌워진 '교총' 굴레 벗어나야[기자수첩] 교총의 EBS이사 추천 관행의 구조적 문제와 입법미비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10.08 18:1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 이사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 추천 이사가 또 다시 임명돼 논란이다. 교총의 EBS 이사 추천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교총 출신 EBS 이사가 폭행 물의를 빚고도 이른바 '셀프 추천'을 통해 이사직에 재차 임명됐던 사례가 있다. 이러한 전례에도 교총 추천 이사를 임명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정치권 추천' 관행보다 상대적으로 끊어내기 수월한 '묻지마식' 교총 추천 관행도 제대로 손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EBS 이사 임명과 관련해 방통위의 위법한 관행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겠다며 '국민감사청구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육방송법상 EBS 이사 9명 중 2명은 각각 '교육부'와 '교원단체' 추천을 통해 임명되는데, '교원단체' 몫으로 한국교총 추천인사가 임명되는 관행이 이번에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국 241개 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이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EBS 부적격 이사 후보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방송독립행시민행동)

방통위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며 이사 지원자의 지원서를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이사선임 논의는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밀실 선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정치권 개입 논란까지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와 교원단체 추천 몫으로 임명된 인사들은 다른 이사 지원자들과 달리 방통위에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원서 제출도 없이 임명된 교육부·교원단체 추천 이사에 대해 검증 없는 인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러한 상황을 자초한 것은 방통위다.

특히 법에 명시된 '교원단체'를 한국교총으로 특정하는 듯한 인사는 과거 전례와 맞물려 '국민감사청구운동'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두 차례 걸쳐 자신을 '셀프추천'한 안양옥 전 EBS이사의 사례는 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EBS 이사직 관련 한국교총 추천 관행의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안 전 이사는 2012년 교총회장이던 자신을 EBS 이사로 '셀프추천'했다. 이후 안 전 이사는 2014년 술자리에서 동료 이사를 향해 맥주병을 던져 물의를 빚고 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2015년 다시 자신을 EBS 이사로 추천했다. 안 전 이사는 두 번째 임기에서도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공모해 교육방송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사퇴했다. 이처럼 안 전 이사가 개인의 도덕성 시비로 비우게 된 자리에 다시 교총추천 인사가 들어섰다.

안 전 이사가 두 번째 EBS 이사에 임명됐을 당시에는 방통위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안 전 이사의 임명을 의결한 후 공동입장을 내어 "동료 이사 폭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던 인물이 1년 반 만에 동일한 절차를 밟아 다시 공영방송 EBS의 이사로 복귀한 것은 누가 보아도 매우 부적절하고 비정상적인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는 안 전 이사 개인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이지만, 교총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방통위의 관행을 근본적 원인으로 볼 여지가 크다.

방통위가 교총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법미비다. 교총의 EBS 이사 추천은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3조에 따르면 EBS 이사에는 "교육부장관이 추천하는 사람 1명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 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 1명"이 포함돼야 한다.

현재 교원단체로서의 법적지위는 시행령 미비로 인해 현재 한국교총과 시도교청에만 부여돼있다. 교육부는 1991년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근거로 한국교총과 시도교총에 교섭권을 부여했다. 해당 법 제11조에는 "교육기본법 제15조에 따른 교원단체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지위 향상을 위하여 교육감이나 교육부장관과 교섭·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8년 3월 1일자로 시행된 교육기본법의 제15조 2항은 "교원단체의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원단체 조직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이다.

교육기본법 제15조 2항에서는 '교원단체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해당 시행령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해당 시행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교원단체 조직과 관련, 교육기본법이 위임한 시행령 조항을 1998년부터 현재까지 21년째 제정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1991년 한국교총과 시도교총에 부여된 교섭권만이 인정돼, 교총만이 유일하게 '교원단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지니게 된다.

방통위가 반복되는 비판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교육부장관 및 교원단체 추천 인사에 대한 검증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원단체' 정의에 따라 교총 외 다른 교원단체에서도 추천을 받아 검증하는 별도의 공모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시행령 미비만을 이유로 별다른 검증절차도 없이 특정 단체의 추천 인사를 이사로 임명하는 것은 EBS 이사직에 교육 관련 단체의 추천 몫을 보장하는 교육방송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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