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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8.12.11 화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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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 복수의 여신’- 한국으로 온 미스 마플, 탈옥수가 되다[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0.07 20:40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은 오랫동안 미국 드라마에서 활약을 펼치던 김윤진 씨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다른 미국 드라마의 출연 제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니만큼 과연 김윤진의 선택을 받을만한 작품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김윤진 배우는 선택의 주된 이유로 박진우 작가를 들었다.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 중 여전히 명작으로 회자되는 <한성별곡>의 박진우 작가, 이후 <닥터 이방인(2014)>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천재 탈북 의사라는 신선한 시도는 인정받았다. 그런데 모처럼 돌아온 박진우 작가가 선택한 건 뜻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추리 소설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중 한 명인 '미스 마플'이다.

주말 드라마로 찾아온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영국의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는 80여 편의 작품으로 전 세계 103개의 언어로 번역, 40억 부 이상이 팔려 기네스북에 등재된 베스트셀러 추리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소설은 물론, 영화, 연극, tv 시리즈로 재가공되어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이끄는 탐정은 늘 프랑스인이라 오해받는 벨기에인 에르큘 포와로와, 수더분한 동네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예리한 미스 마플 두 사람이다. 에르큘 포와로가 1914년 첫 작품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부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까지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질 때까지를 이끈 인물이었다면, 1930년대 이후 추리 소설가로서 정점을 이루던 시기에 <목사관 살인 사건>으로 미스 마플이 등장하여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후반부를 빛낸다.

그렇다면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한 대표작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나 <나일 살인 사건>이듯이 포와로 탐정은 유럽을 횡단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라던가 나일강을 유람하는 배처럼 공간의 역동성이 작품의 배경이 된다. 이방의 공간, 지역에 모여든 다양한 출신과 배경의 인물들, 그들이 숨겨온 이력들이 날카로운 포와로 탐정을 통해 해부되고 그들의 과거 인연을 통해 사건이 풀어헤쳐진다.

SBS 토요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그에 반해, 미스 마플은 영국의 시골 마을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독신 노인 제인 마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조용한 시골마을, 그곳에서 뜨개질이나 하며 동네 사람들과 수다나 떠는 할머니, 하지만 그 '동네 사람들'과의 친교 과정에서 얻어진 그녀 특유의 '직관'과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할 열쇠를 얻어낸다.

바로 이 '마을'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여성 탐정을 박진우 작가는 <미스 마>의 주인공으로 초빙한다. '마을'은 SBS 장르 드라마가 그간 잘 활용해 왔던 공간이다. 2015년 방영한 <아치아라의 비밀>에서도, 얼마 전 종영한 <시크릿 마더>에서도 '사건'의 중심은 '마을'이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인 마을, 하지만 그곳에서 인간의 본능과 관계들이 엮어낸 사건이 벌어진다. 그곳에서 인간관계의 복잡한 애증이 사건을 증폭시켜나가는데 SBS의 장르 드라마는 이런 것을 남다르게 주목해 왔고 <미스마: 복수의 여신> 역시 한국으로 온 미스 마를 통해 이 '장점'을 신도시 중산층 단지의 '무지개 마을'로 살려낸다.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질 복수극

SBS 토요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하지만 박진우 작가는 마을 탐정 미스 마플을 '무지개 마을'로 되살려 낸 것에 더해, 거기에 '복수'라는 요소를 가미한다. 영국 시골 마을의 노처녀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은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는 혐의로 복역 중 탈주에 성공하여 진범을 찾으려 한 엄마로 재해석되었다.

덕분에 드라마는 미스 마플 시리즈 특유의 마을에서 일어난 갖가지 인간관계로부터 빚어진 사건을 한 축으로 하며, 거기에 탈주범 미스 마의 진범 찾기와 그런 미스 마를 추격하는 한태규(정웅인 분), 양미희 검사(김영아 분)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 묘미를 더한다.

10월 6일 방영된 1~4회 중 1, 2회는 보호 감호소에 수감되어 있던 미스 마의 탈옥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려냈고 3, 4회는 탈옥에 성공한 미스 마가 무지개 마을에 노처녀 추리 소설가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주말 드라마로 찾아온 미스 마플의 전반부는 김윤진의 헌신적인 호연과 정웅인, 김영아의 안정적인 혹은 강렬한 연기, 그런 연기와 스릴러적 상황을 잘 버무려 낸 제작진의 협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에 반해, 3, 4회 무지개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진 미스 마플 특유의 혹은 SBS 특유의 공간 장르물은 앞서 1, 2회의 박진감 넘치던 스릴러의 톤과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차별화된다.

결국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의 성공은 아기자기한(?) 무지개 마을의 사건과 미스 마의 탈주 사건을 적절히 조화해 낼 수 있는가에 달릴 것이다. 거기에 우리나라 장르물들이 가지는 특유의 B급 정서를 과연 주말 드라마로서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이 얼마나 극복해 낼 수 있는가 여부도 더해진다. 또한 아직까지도 미스 마의 대사를 통해 등장하는 '인간의 본능' 운운하는 날선 대사와 '추리'를 명목으로 안갯속처럼 시청자들을 모호하게 이끌어가는 서사의 딜레마를 과연 <미스마: 복수의 여신>은 조절해 나갈 수 있는가도 관건이 된다. 전작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통해 기존의 주말 드라마와는 차별된 '장르'적 특성을 가진 드라마로 일정 정도 승부수를 띄운 SBS 주말극이 안착할 수 있을지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의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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