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중국 방송사들이 국내 방송사 프로그램을 표절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에도 방송산업 규제·보호는 방송통신위원회, 콘텐츠 저작권 보호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업무가 분산돼 있어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맷 침해 사례 발생 시 공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사·방송 프로그램 제작사로부터 제출받은 '중국 방송사의 국내 포맷 표절 의혹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 방송사가 국내 프로그램을 표절한 사례가 KBS 7개, MBC 3개, SBS 10개, JTBC 5개, tvN 6개, Mnet 3개 등 확인된 프로그램만 34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6년 7월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로 중국 정부의 해외 방송프로그램 포맷 수입이 제한되면서 중국 방송사의 '국내 방송 표절'이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다. 최근 2년간 중국 방송사의 포맷 표절 대상이 된 국내 원작 프로그램은 15편에 이른다. 중국 방송사의 표절 의혹 사례는 지난 2014년 7건, 2015년 11건, 2016년 6건이었던 것이 2017년 17건으로 폭증했다. 2018년에는 현재까지 3건이다.

실제로 최근 표절 의혹이 제기된 중국 후난위성TV의 <아가나소자>를 살펴보면 SBS의 <미운우리새끼>와 스튜디오 배치부터 컨셉, 인물 설명, 편집까지 모두 흡사하게 제작됐다.

▲SBS 미운우리새끼와 후난위성TV 아가나소자 방송화면 비교. (자료=김성수 의원실 제공)

중국 아이치이의 <우상연습생>은 지난 4월 국제 포맷인증및보호협회(Format Recognition and Protection Associatoion·FRAPA)에서 Mnet의 <프로듀스101>과 표절 유사도가 88%에 이른다며 사실상 표절 판정을 받았다. 이는 FRAPA에서 제기된 '포맷 저작권 침해'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외에도 대표적인 표절 프로그램으로 SBS의 <정글의 법칙>은 상하이위성TV의 <꽃보다 프렌즈>, JTBC의 <효리네민박>은 후난위성TV의 <친애적 객잔>, MBC의 <나는 가수다>는 후난위성TV의 <가수>, KBS의 <노래싸움-승부>는 장수위성TV의 <더 나은 소리>·<끝까지 노래한다>, tvN의 <삼시세끼>는 후난위성TV의 <동경하는 생활>, <꽃보다 청춘>은 동방위성TV의 <꽃보다 청춘>, Mnet의 <프로듀스101>은 아이치이의 <우상연습생>·동방위성TV의 <짜요미소녀>·큐큐닷컴티비의 <최강여단> 등이 있다.

김성수 의원은 "국내 방송사,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중국의 포맷 표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항의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우리 정부 역시 공식적인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방송 산업 규제와 보호는 '방송통신위원회', 콘텐츠 진흥과 저작권 보호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업무가 각각 분산돼 있어 실효성 있는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수 의원은 "우리 방송 산업의 자산인 콘텐츠 보호를 위해 관련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축을 통해 해외 방송 포맷 거래 실태와 저작권 침해 실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포맷 침해 사례 발생 시 공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성수 의원실에서 국내 방송산업 실태조사와 콘텐츠산업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방송산업 수출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방송 산업 총 수출액은 4만1121만 달러로 2012년 2만3382만 달러에서 1.8배 증가한 반면, 방송 포맷 수출액은 2016년 5493만 달러로 2012년 130만 달러에서 42배 이상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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