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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방송제작환경은 여전히제작사측 "노조가 조폭인가" 혐오발언…방송스태프지부 "노조에 대한 모욕" 반박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10.05 20:2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 3개월, 방송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초장시간 노동 문제 등 열악한 방송제작환경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3사의 산별협약, 일부 제작사의 제작 가이드라인 발표 등 다소 진척된 움직임들이 보이고는 있지만 고통을 호소하는 방송계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점차 거세지고 있고, 방송사가 논의중인 유연근로제는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를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방송스탭들을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주최로 '개정근기법 시행! 그러나 방송 현장은?'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와 사용자 측인 제작사협회가 참석했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주최로 '개정근기법 시행! 그러나 방송 현장은?'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나아지지 않은 방송제작 현장의 실태를 고발하는 한편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방송사 측이 고려 중인 '유연근로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김 노무사는 "유연근로제가 이제 막 도입되어 시행되려고 하는 단계지만, 이것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취지를 역행하는 것은 명백하다"며 "특히 방송제작 현장에 이 제도를 대입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의 설명에 따르면 탄력근로제·재량근로제 등의  유연근로제는 특례업종에 포함됐을 때 문제로 제기됐던 '장시간 연장노동' 현상을 특례업종 제외 이후 다시 발현시킬 우려가 있다. 일례로 탄력근로제의 경우, 노사가 합의한 특정 기간에 평일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40시간의 주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여기에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게 되면 12시간을 더 늘릴 수 있어 64시간까지 늘어나게 된다. 또 주말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을 더 늘리게 되면 한 주 80시간까지 주 최대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다.

문제는 방송업의 경우 특정 기간에 예상되는 노동시간 계산이 스케줄 변동이 극심한 업종 특성상 어렵다는 점이다. 김 노무사는 "드라마의 경우 쪽대본과 주연배우 일정 등으로 촬영 전 날 갑자기 스케줄이 변동된다. 3개월치 근로시간표가 나올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근로일별 시간표가 나와있긴 하다. 문제는 과연 그게 지켜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유연근로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고려중이며, 정부 역시 관련 제도들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가이드라인에 적시하고 있으며, 재계 등 사용자 측은 3개월로 정해져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김 노무사는 "노동부 가이드라인을 보다 깜짝 놀랐다. '주 52시간' 시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80시간이 보장된다고 안내하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법 개정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도 "예전처럼 뭉뚱그려 계산해도 된다는 식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된다고 하는 것은 스탭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정부 설명을 말 뿐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상 시간들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정부가 꼼수부터 도입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을 인정하겠다는 뉘앙스로 꼼수는 꼼수밖에 낳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따로 있었다. 제도와 실태 개선 문제와는 별개로 사용자인 제작사협회 측에서 방송스태프지부의 노동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는 듯한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발제가 종료된 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제작사 측 입장을 밝히던 중 "얼마 전 녹취파일 하나를 받았다. 촬영을 접으라고 말하지 말라. 희망연대가 조직폭력배는 아니지 않나"라며 "마치 대단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양 권리를 행사하는데 제작사 측 의견까지 다 포함해서 협상하라. 우리가 싸울 수 없어서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 국장은 이 자리에서 제작사 측 입장을 밝히던 중 "희망연대가 조직폭력배는 아니지 않나. 마치 대단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양 권리를 행사하는데 제작사 측 의견까지 다 포함해서 협상하라"라고 말해 현장에 있던 방송스탭들의 항의가 일었다. (미디어스)

이에 사과를 촉구하는 방송스탭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박세찬 방송스태프지부 조직국장은 "내가 하는 일이 조직폭력배는 아니다. 노동권이 있고, 제작환경이 열악해 했던 얘기들에 대해 어떻게 폭력배라고 할 수 있나.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 행사를 그렇게 말 하는 것 아니다. 노조에 대한 심한 모욕"이라고 항의했다. 

문제가 된 녹취파일은 장시간 노동으로 논란이 일었던 KBS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와 관련, 담당 제작 PD와 방송스태프지부 간 대화내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제작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최오수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제작사 측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국장은 "문제가 발생하고 '수정대본을 만들지 않겠다', '노동시간을 최대한 줄여보겠다'고 해서 합의하에 공문이 오갔다. 그런데 그 공문이 오고 난 다음날, 또다시 20시간 가까운 노동이 발생했다"며 "불가피할 경우 사전 양해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양해도 없었다. 이에 항의하자 제작 PD가 '그럼 방송을 접을까요?'라고 말해서 '접으십시오'라고 한 것"이라고 전말을 밝혔다.

이어 "문서 합의까지 해놓고 파기했다. 접겠다고 한 것도 제작 PD가 얘기한 것이다. 그걸 마치 노조가 방송 접으라고 둔갑시키고, 그게 깡패짓인가. 방송이 중요한만큼 스탭들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얘기지 깡패가 할 얘기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사무국장은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용어를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방송스탭들과 사용자 간 쌓여있는 오해와 불신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김 노무사는 "법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실적으로 방송사업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제작사가 지부와 교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폭력배로 보면 교섭을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노무사는 "대단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양 권리를 행사한다고 했는데, 사실 대단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은 노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임해야 교섭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식이라면 앞으로 많은 파행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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