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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평등 방송 위해 제작진 재교육해야"'KBS와 페미니즘' 포럼 개최…성 평등 방송 위한 다양한 방안 제기돼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10.05 20:3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KBS의 프로그램 제작에 성 평등 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 중 성 역할·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발언이 등장하고, 인터뷰이의 성비 불균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5일 ‘KBS와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영방송발전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 교수는 “방송에서 성 역할·외모와 관련한 고정관념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전체 프로그램 차원에서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 평등에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5일 ‘KBS와 페미니즘’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김수아 서울대 강의 교수 (사진=미디어스)

김수아 교수는 KBS의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실제 KBS 여유만만의 5월 28일 방송에서 한 출연자는 “당신 청소도 안 하고 뭐 했어!”란 발언을 했다. 같은 날 KBS 생생정보는 “처녀가 오면 시집가는 산이에요”라는 인터뷰이의 발언을 담았다. 이는 여성의 성 역할을 고착화하는 발언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출연자 성비와 직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실제 2017년 KBS1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의 성별은 남성이 74.2%, 여성이 25.8%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인터뷰이의 전문직 종사 비율은 남성이 78.2%, 여성이 21.8%였다. 김수아 교수는 “뉴스를 통해 남성 전문직 종사자는 빈번하게 접할 기회가 많으나 전문직 여성 인터뷰이를 볼 기회는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발간한 바 있다. 안내서에는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의 인터뷰 대상, 초첨보도 대상, 출연자 등이 성별로 균형있게 대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것을 바람직한 여성성으로 묘사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양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사진=여성가족부)

김수아 교수는 “제작진에 대한 사후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성차별적 고정관념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무의식중에 갖게 된 것이므로 재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아 교수는 “KBS가 조직 내 교육 문제나 제작의 균형성 확보와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백미숙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젠더 이슈와 관련해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KBS가 심층적으로 취재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소라넷·웹하드 불법 동영상에 대해 보도를 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백미숙 교수는 “KBS가 그런 방송을 했다면 시청자는 수신료를 내겠다고 생각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진아 공주대 교수는 “(성 평등 인식을 담은 방송 제작은) 배우고 외워서 되는 일이 아니라 이해와 동의, 합의가 이뤄졌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진아 교수는 “KBS가 공영방송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방향을 잡고 차근차근 실천해나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성 평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 외모나 선정적인 방송을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면서 “이와 관련해 문제가 생긴다면 징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항제 교수는 “(방송 제작에)세세한 규칙을 정하고 징계를 하면 (문제가) 없어진다”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윤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5일 열린 ‘KBS와 페미니즘’ 포럼 (사진=미디어스)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성 평등을 KBS의 주요 어젠더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최영재 교수는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특성 때문에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성 평등 방송이 실현되긴 어려운 구조다. 현실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영재 교수는 “성 평등 이슈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성 평등을 방송의 주요 어젠더로 끌고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용호 KBS 방송본부 본부장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KBS 1TV의 평균 연령은 59세고 2TV는 51세”라면서 “시청층이 고령화되어 있고, 이에 안주했다는 것에 깊은 반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용호 본부장은 “KBS가 (성 평등 구현과 관련한) 노력을 소홀히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향후 성 평등 구현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KBS 방송문화연구소 주최로 5일 KBS 본관에서 진행됐다. 사회자는 강영희 KBS 방송문화연구소 박사였으며 발제는 백미숙 서울대 교수와 김수아 서울대 강의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는 배진아 교수·정윤식 강원대 교수·조항제 부산대 교수·지성우 교수·최영재 한림대 교수·황경아 박사 등이 참여했다. KBS에서는 국은주 라디오센터장·김용덕 제작기술본부장·박은희 여성협회장·박재홍 시청자본부장·이강택 연구소장·이도경 전략기획실장·이윤상 성평등센터장·임병걸 미래사업본부장·황용호 방송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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