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직접적일 수도 있고, 또는 간접적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얻고 나아가 새로운 삶을 사는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빈민가에서 자랐지만 축구 선수로 꿈을 키워 세계적인 스타가 됐던 선수, 차별을 딛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해당 종목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됐던 선수, 신체적인 장애를 딛고 일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감동을 준 선수 등 스포츠에서의 아름다운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꿈이 됐습니다.

여기 또 작은 공 하나에 새로운 희망을 품고 나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비록 사회적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는 삶을 살았지만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꿈을 찾고 새 출발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모여 겨루는 월드컵 '홈리스 월드컵(Homeless World cup)'이 브라질 리우에서 19일부터 26일까지 개최돼 많은 이들의 흥미를 모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홈리스 월드컵 세계 속에 빠져들고 싶은가요? (홈리스 월드컵 홈페이지 캡쳐) http://www.homelessworldcup.org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처음 열린 홈리스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빈곤과 노숙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11명의 선수가 뛰는 정식 축구가 아닌 5명 안팎의 선수로 구성해 전후반 각 7분씩 14분의 '풋살' 형식으로 진행되는 홈리스 월드컵은 매 대회마다 참가팀이 늘어 올해는 전 세계 69개국 노숙인 선수들이 리우에 모여 경기를 펼치게 됩니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경기가 치러지고 월드컵만큼이나 치열한 승부들이 펼쳐져 진땀나는 승부도 자주 펼쳐진다고 하는데요. FIFA 랭킹처럼 '홈리스 월드컵 랭킹'도 있어 현재 우크라이나가 1위, 포르투갈이 2위, 브라질이 3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홈리스 월드컵에 대한 세계 축구계의 관심 역시 대단합니다. 차기 대회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 대회 조직위원장으로 현 아스널 감독인 아르센 벵거가 맡기로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에릭 칸토나는 이 대회 홍보대사로서 큰 역할을 맡고 있으며,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루이스 피구, 디디에 드로그바 등이 이 대회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바 있었습니다. 또 길거리 노숙인 축구선수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던 베베가 한 때 이 대회 출신이 아니었냐면서 역시 흥미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에 우리나라도 사상 처음으로 참가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요즘 거리에서 제법 볼 수 있는 매체인 '빅이슈 코리아'가 지난 5월에 노숙인들을 위한 축구팀을 만들어 힘겹게 월드컵 첫 참가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당초에는 참가 비용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있었지만 다음 아고라 청원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성원을 받으면서 겨우 참가에 필요한 돈을 모으는데 성공, 가까스로 참가의 뜻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유명 해설가, 축구 선수 등이 15명으로 구성된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고, 선수들은 축구공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품은 채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를 소개하면서 "이번 대회에 팔레스타인, 아이티, 그리고 한국이 첫 출전한다"면서 한국팀의 출전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홈리스 월드컵의 모토는 "공이 세상을 바꾼다. 당신도 함께 하겠는가?(A ball can change the world. Are you in?), 축구를 통해 홈리스를 깨라(Beating Honelessness through football)"입니다. 경기를 통해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희열을 느껴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삶, 큰 꿈을 노숙인들에게 갖게 하는 것이 바로 홈리스 월드컵이 지향하는 목표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약 70%의 노숙인들이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 직업을 찾는 등 더 나은 방향의 삶을 살게 됐던 것으로 나타나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사회적인 약자로서 꿈이 없고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노숙인들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 새 희망을 얻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실제 축구와는 다소 박진감 면에서 떨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라운드에 피어난 꿈과 희망이 '나비 효과'처럼 번져 경기에 참가한 노숙인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노숙인들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노숙인 축구 선수 출신인 맨유의 베베는 "축구는 확실히 내 삶을 바꿨다. 나는 매우 행복하다"면서 홈리스 월드컵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 있는 도전을 펼치는 모든 선수들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홈리스 월드컵에서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다시 찾는 선수가 많아진다면 '제2, 제3의 베베'가 홈리스 월드컵에서 나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순위보다는 우정, 승부보다는 도전과 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홈리스 월드컵은 더욱 발전하고, 앞으로도 스포츠가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하나의 모범사례로서 제대로 정착되고 또 거듭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람이 해서 더욱 아름다운 스포츠, 그리고 그 스포츠를 통해 또다른 희망이 피어나는 모습, 그래서 스포츠는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에 감동을 선사하며 때로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 왔습니다. 작은 희망이 홀씨가 돼 마침내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인 꽃밭을 이루듯 말입니다. 그렇게 홈리스 월드컵이 노숙인들의 월드컵을 뛰어넘어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월드컵만큼 열띤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적 편견'까지 걷어내는 그 날이 오는데 큰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해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먼 타국에서 멋진 경기를 펼칠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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