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무총리실이 이낙연 국무총리 연설문 작성 과정에 민간인이 참여했다는 지적에 대해 "규정에 따른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까지 거론하며 민간인이 이 총리의 연설문을 작성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지면을 할애해 이를 다루기도 했다.

4일 심재철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낙연 총리의 연설문 작성 및 연설문 작성을 위한 각종회의에 총리실 직원이 아닌 자격 없는 민간인이 참여해 주도적으로 연설문 작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심재철 의원이 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국무총리실의 '회의참석수당 및 각종 연설문 사례금 지급현황' 분석 결과 박 모 씨가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2차례에 걸쳐 연설문 작성 사례금과 이와 관련한 회의 참석 수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금까지 980여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방송작가로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측 인사로 활동했다. 심재철 의원실은 "이 같은 정보를 다중의 채널을 통해 접했고, 실제 박 씨가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것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재철 의원실은 "문제는 국무총리의 연설문 작성에는 별도의 인력이 있음에도 외부 민간인에게 연설문 작성을 맡겼다는 것"이라며 "연설문 작성에 필요한 내부 회의에서는 국가의 안위, 안보와 관련된 문건, 정보, 대화 등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리인데 이 같은 자리에 자격 없는 민간인이 참여했다면 상당량의 국가 정보를 박 씨가 자연스럽게 접할 수도 있고, 유출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의원은 자료 말미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까지 끌어들였다. 심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자격 없는 민간인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것이 발단이 되어 결국 탄핵에까지 이르게 된 점을 볼 때, 이낙연 총리의 연설문 작성에 민간인이 참여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이 소식을 받아 기사화 한 언론사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4일자 5면에 <李총리, 연설 비서관 제쳐놓고 민간 작가에 맡겨> 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설문 작성 과정에 민간인 신분의 방송 작가가 참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자료가 4일 발행된 것으로 비춰봤을 때 조선일보는 심 의원실로 부터 미리 자료를 입수해 관련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한국당은 4일 오전 "국무총리라도 이제 쇼를 그만하고 드라마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어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조롱투의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양수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총리가 그 동안 국정 연설문이 아니라 드라마 대본을 읽은 셈"이라며 "역시 쇼를 하려면 각본이 필요했을 게다"라고 비꼬았다.

국무총리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총리실 관계자는 "연설문 작성 참여자에게 자문료를 지급할 수 있게 한 규정이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총리 연설 업무는 소통메시지 비서관과 직원 5명이 담당한다. 직원 5명 가운데 3명은 행정 업무를 담당해 실제 연설문 작성 인력은 2명이다. 지난 1일자로 소통메시지 비서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약 5개월간 해당 자리가 공석이었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국가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지적한 심재철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총리실은 "이미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연설문을 작성하기 때문에 기밀이나 보안사항이 담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