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출전한 팀 모두 8강에 오른 K-리그 '4룡(龍)', 수원 삼성, 성남 일화, 전북 현대, 그리고 포항 스틸러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더 좋은 최고의 순간을 위해 K-리그 팀들은 이 기세를 몰아쳐서 지난 해 포항에 이어 또 한 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대표'로 자리매김하며 우승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K-리그 4룡이 8강전에서 운명의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마계대전 라이벌'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는 15일 저녁,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아시아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맞대결을 갖습니다. 또 지난해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는 이란의 조브 아한과 원정 1차전을 가지며, 2006년 우승팀 전북 현대는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샤바브와 경기를 벌입니다. 수원과 성남이 8강에서 맞대결을 벌여 적어도 K-리그에서 한 팀은 4강에 오릅니다만 가능한 많은 팀이 4강에 올라 우승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중동팀과 상대하는 포항과 전북은 K-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과연 16강전까지의 상승세를 이어 K-리그 팀들이 인상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또 한 번 관심이 집중됩니다.
이렇게 K-리그 4룡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AFC 챔피언스리그의 달라진 위상에 대한 K-리그 각 팀의 인식 재고를 비롯해 연맹이 일정 조정을 통해 출전팀들의 선전을 돕는 등 많은 주변 여건이 맞물리면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포항의 우승을 통해 다른 팀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을 받고 다른 팀과 선수들이 이전과는 달라진 자세로 경기에 임하다보니 이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선수들의 승부욕이 강해지고, 감독들 역시 국가대표 A매치 못지 않은 변화무쌍한 전술 운영으로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면서 색깔 있는 축구로 네 팀 모두 8강을 싹쓸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8강을 모두 싹쓸이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건 결코 아닙니다. 이제 중동세를 상대해서 K-리그가 '진짜 아시아 최강'이라는 면모를 보일 일이 남았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은 중동을 맞이해 K-리그는 16강전까지의 여세를 몰아 최대 세 팀이 4강에 오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이란 조브 아한과 상대하는 '디펜딩 챔피언'인 포항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샤바브와 대결을 펼치는 '2006년 챔피언' 전북의 선전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포항은 설기현을 앞세워 최근 향상된 공격력을 바탕으로 조브 아한을 깨려 하고 있으며, 전북은 이동국, 에닝요 등 잘 어우러지는 공격을 통해 중동 모래 바람을 잠재우려 할 것입니다. 그밖에도 좀 애석하게 8강에서 맞붙었지만 수원과 성남의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도 기대를 모으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클럽을 가리는 대회에 대한 국내 관심이 다소 떨어져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K-리그 팀들의 선전이 계속 해서 쌓인다면 그만큼 새로운 이야깃거리도 양산되고 '국제 경기를 좋아하는' 한국 정서상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뜩이나 흥행 면에서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가운데서 실력으로 뭔가를 보여주고, 관심도를 높인다면 그만큼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찾고 '관중 없는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많이 열리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점차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하고, 심판 판정이나 침대 축구 같은 중동 텃세에도 어느 정도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K-리그 4룡 모두 우승에 대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대단하고, 운이나 심판 판정보다는 실력으로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K-리그 그리고 동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운명의 승부를 펼칠 4룡이 정말로 위대한 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 아시아 정상의 리그라는 것을 한 번 제대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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