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1박2일. 예능의 전쟁터인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을 오랫동안 지배하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절대 강자인 이 두 프로그램들은 오랜 시간 동안 모두 동일한 이유로 홍역을 앓고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문제. 멤버의 하차와 새로운 멤버의 가입으로 인한 기존의 탄탄했던 균형이 무너지고 신입생들의 적응이 늦어지면서 프로그램의 활력과 재미가 예전만 못한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빗발쳤던 것이죠. 무한도전 길의 등장과 하하의 복귀, 1박2일 김종민의 가입과 김C의 하차라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와중에 두 프로그램 모두 해당 멤버들을 향한 질타와 비판에 비틀거렸었습니다.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특집과 1박2일의 지리산 둘레길 편은 이런 신입 멤버들로 인해 만들어진 위기 탈출을 위한 제작진의 고심이 보이는 방송이었습니다. 분량 편성과 자막에는 확실히 이들 신입들, 혹은 복귀 멤버들을 향한 애정이 묻어나왔었고 그 방식은 모두 모든 멤버들의 형제애와 서로를 향한 소중함을 부각시키는 하나 됨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제작진의 기대와 지지에 부응하듯 멤버들 역시 몸으로, 진솔한 고백으로 분발을 다짐하며 최선을 다했었구요. 단지 몇 회분의 특집으로 시청자들의 모든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위기 탈출을 위한 계기가 되기엔 충분했던 방송 내용이었죠.

하지만 그런 노력과 시도에 대해 두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서로 확연히 다릅니다. 레슬링 특집의 감동을 계기로 무한도전은 멤버들에 대한 위기에서 서서히 탈출하며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는 반면, 지리산 둘레길 편을 통해 김종민과 MC몽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며 재신임했던 1박2일은 여전히 그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무한도전 역시도 신입 멤버들에 대한 불만이 모두 사그라진 것은 아니고, MC몽의 병역비리 때문에 그 효과는커녕 둘레길 여행은 부작용만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방송 내용과 해당 멤버를 향한 질타의 수위는 1박2일이 훨씬 더 심해요.

왜 그럴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제 눈에 가장 확연하게 보였던 차이는 프로그램 자체의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면에 있었을, 멤버들의 발언에서 살짝살짝 보여준, 그리고 그동안 은연중에 볼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차이. 두 프로그램 멤버들의 팀워크와 연대감의 끈끈함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것이죠. 이런 차이가 위기의 멤버들을 살리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주었어도 그 효과가 확실하게 살아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군불을 지피며 불이 타오르길 기다린다고 해도 장작이 확실하게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면 그런 불씨는 맥없이 꺼져버리거든요.

일주일에 2~3번의 촬영도 마다하지 않으며, 1년간 몸과 몸을 부딪치며 완성한 레슬링 특집의 준비 정도는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비교하기 힘듭니다. 그런 준비 과정 중에도 무한도전의 다른 특집들은 계속 방송되었으니 촬영 양은 살인적입니다. 게다가 잘 알려진 것처럼 매번 새로운 특집을 위해, 프로그램의 방향을 위해 사석에서도 자주 모이며 늘상 이어지는 논의와 조율 속에서 무도 사람들의 팀워크는 그들의 말처럼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가족보다 더 단단해졌습니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무도의 신상 개그는 모두 이런 친밀함을 기반으로 나오는 웃음 포인트이죠.

반면 서로를 형제라고 말하지만 2주일에 한 번씩 있는 촬영 외엔 서로 바빠서 연락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이승기의 말이나, 촬영 때 말고는 강호동과 밥 한번 제대로 먹어본 적 없다는 이수근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농담 섞인 말처럼 1박2일은 서로간의 밀착도가 현저하게 떨어져요. 드라마 출연이나 음반 발표 같은 공식 개인 활동, 혹은 결혼과 같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을 1박2일에선 언급하지 않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개인의 신변잡기로 가득 차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1박2일의 경우는 멤버들의 개인사에 대해 알아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안하는 것에 가까워요.

방송 외의 생활 속에서도 꼭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친밀도의 차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신입 멤버들이 프로그램 속에 녹아드는 속도의 차이를 만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에요. 그들의 성격과 특징을 파악해서 적절하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그 개성을 기존 멤버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단지 촬영에만 열심히 임하는 것 이외에도 카메라 밖에서도 상호간의 충분한 조율과 고민, 준비가 필요하단 것이죠. 그런 면에서 1박2일의 팀워크는 무한도전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져요.

이러한 팀워크의 차이가 신입생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판이하게 다르게 만들어 버린 것이죠. 무한도전은 길에게 예능감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역이용해 아예 무리수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치고 들어가는 타이밍이 미숙한 그를 위해, 입 냄새가 나는 더러운 멤버라는 공격 포인트를 이용하거나 박정아와의 연인 관계를 활용하며 나름의 분량도 확보해주고 있죠. 등장하자마자 여론의 역풍을 맞은 하하를 위해서도 놀리는 듯하지만 수시로 응원하면서 하하 힘내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구요. 단순히 당사자만이 용을 쓰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인 개성과 특징을 어떻게든 잡아내서 부각시키고, 그것을 다시 관계를 맺어가며 전체 속으로 융합시키기 위해 가능성 있는 조합과 경우의 수들을 될 때까지 여러가지로 던져가며 시도해 보는 것이죠.

반면 1박2일에서 그런 노력은 도무지 보이질 않습니다. 김종민의 재투입이후 병풍이라는 말을 9개월 동안 들어오면서 그가 시도했던 것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처음엔 똑똑해져서 돌아온 천재 컨셉으로, 게임 못하는 민폐 캐릭터로, 이젠 김C를 대신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어설픈 지식창고 역할을 하려 하지만 무엇 하나 자리 잡지 못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노력은 언제나 멤버들의 별다른 호응이나 울림도, 연결점도 찾지 못하고 단발성 시도에 그치고 맙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김종민에게 어떤 캐릭터를 부여하거나 일정한 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죠. 다들 힘내라며 격려는 해주지만 딱히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주지 못하고 그저 김종민의 분발만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길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혼자 헤메는 김종민 만큼이나 1박2일 멤버들도 그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해요.

그런 김종민을 보며 이수근도 적응을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언젠가는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그 이수근이 왜 1박2일에 적응하는 데에 그렇게도 긴 시간이 걸렸는지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가장 큰 문제는 김종민의 자각과 분발이 되어야겠지만 1박2일의 멤버들도 그를 살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만을 외치며 뒤쳐지는 동료를 그저 방치하고만 있지 않았는지 뒤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고작 2주에 한번 만나 하룻밤 자고 헤어지는 형제들이라면 김종민의 적응 속도는 빨라지려야 빨라질 수 없을 겁니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진정성은 바로 진짜 형제처럼 서로를 챙기고 의지하고 힘들어 하는 동료를 도와주기 위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썩은 이빨이 되어 버린 MC몽의 처우를 확실히 결정하는 것일 테지만 말이죠. 이래저래 1박2일의 진정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만 같네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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