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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의 ‘돌관(突貫)’ 정신과 대운하[최성진의 정치현장] 시사주간지 '한겨레21' 기자
최성진 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8.01.08 14:07

한반도대운하 논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것은 대선이 끝난 직후였다. 정확히 말하면 대선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0일부터였다. 이날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대운하 공사를 시작해서 2011년까지 마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반도대운하 논쟁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실 한반도대운하를 마뜩찮게 바라보는 사람에게 대운하 이슈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을 것이다. IT(정보), BT(생명공학), ST(우주항공), NT(나노) 산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을만한 미래산업도 무궁무진한데, 이런 마당에 운하를 파느니 마느니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도 있다. 국토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대역사를 이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는데 따르는 반감도 있다. 무엇보다 경제성이나 환경파괴 논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당선자의 돌관정신은 현대건설의 기업정신

   
  ▲ 경향신문 2008년 1월3일자 1면.  
 
모두 일리가 있는 지적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당선인이 정말 운하를 파겠다고 할까’라고 물어오면 대답을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팔 것’이라는 게 나의 개인적 생각이다.

우선 이명박 당선인 특유의 ‘돌관(突貫) 정신’ 때문이다. ‘갑자기 돌’자와 ‘뚫을 관’이 결합한 돌관이란 단어는 원래 건설업계에서 흔히 쓰인다. ‘돌관공사’라고 하면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휴식 없이 최대한 빨리 끝내는 공사를 뜻한다.

‘돌관 정신’은 이 당선인이 거쳐온 현대건설의 기업정신이기도 했다. 마침 현대건설의 이종수 사장이 얼마 전 돌관 정신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의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말 외부행사에서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목표점을 행해 흔들리지 않고 돌진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것이 바로 현대건설의 대표적인 정신인 ‘돌관’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이 살아온 삶도 ‘돌관’ 그 자체였다. 그에게 돌관 정신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속도에 대한 강박증’이다. 이 당선인이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우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대표적 사례다. 청계천 공사에는 2년8개월이란 시간이 투입됐다. 이 당선인 퇴임 전까지 완공하려다보니 당연히 공기를 단축하는 것이 최대의 미덕이었다. 덕분에 청계천 공사는 이 당선인 표현대로 ‘살인적 일정’으로 진행됐다.

서울숲 조성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빨리빨리’의 압박 때문에 서울시 직원들은 서울숲에 심어야 할 나무를 다른 곳에 심어놓았다가 다시 옮겨심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이 ‘속도’를 강조하면, 공사를 직접 담당하는 서울시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안전사고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완공되고 나면 이런 것들은 모두 ‘숱한 역경’이란 말로 축약될 뿐이다. 남는 것은 ‘시장님의 위대한 치적’밖에 없다.

“잠자기 전 화장 해놓으면 아침에는 양치질만 하면 되잖아요”

재밌는 일화가 있다. 이 당선인이 현대건설에 재직하고 있을 때였다. 새로운 부서를 맡게 된 이 당선인은 남자 직원들보다 한 시간 늦었던 여직원들의 출근시간을 갑자기 한시간 앞당겼다. 남자든 여자든 무조건 오전 6시까지 출근하라는 것이 이 당선인의 지시였다.

   
  ▲ 한겨레 2008년 1월3일자 2면.  
 
여직원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여자들은 화장 등 출근준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무조건 오전 6시까지 출근하는 것은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이 당선인이 내놓은 답변은 이랬다. “전날 자기 전에 화장을 다 해놓고 아침에는 양치질만 하고 출근하면 되잖아요.” 그런 이 당선인 앞에서 여직원들은 할 말을 잃고 돌아가야 했다.

당선인 신분으로 바뀐 뒤에도 그의 속도에 대한 강박증은 여전했다. 대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반도 대운하 카드를 뽑아든 것부터 우선 그렇다. 인수위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소개될 때는 ‘노 홀리데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으로 치장되기는 했지만, 휴일은 물론 1월1일에도 출근해서 일하라는 이 당선인의 지시에 감동받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명감이라는 거룩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책임감’ 정도만 있는 사람이라면, ‘노 홀리데이’ 이런 거 언론에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열심히 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돌관 정신은 ‘반대 의견에 대한 배타적 반응’으로도 나타난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에 대한 반대 의견에도 마찬가지다. 대운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이 당선인 쪽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반대한다’라든가, ‘정치적 목적의 반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으로 일축해버린다. 그런가 하면 ‘반대 의견은 수렴하겠지만 대운하는 건설한다’는 식의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도 당선인 쪽에서는 나오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청계천 복원 공사, 서울숲 조성 사업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은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밀어붙혀서 성공을 거둔 케이스로 꼽는다.

반대의견은 신속히 제압해서 빨리 일을 해치우는 ‘돌관정신’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임명할 때도 그랬다. 임명 직전 당 안팎에서는 이 위원장이 과거 국보위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근거로 반대 의견이 대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인은 밀어붙혔다. 이 당선인만의 ‘돌관 인사’다.

정리해보자. 이명박 당선인의 ‘돌관 정신’은 결국, ‘반대 의견은 신속히 제압해서’ ‘빨리빨리’ 일을 해치우는 것을 뜻한다. 현대건설 사장이 정의한 것처럼 돌관 정신이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목표점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돌진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것’을 뜻한다면, 이 당선인에게 대운하에 대한 시민사회의 무수한 걱정과 우려는 한갓 대운하 추진을 가로막는 ‘장애물’ 정도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당선인의 ‘돌관 정신’ 이면에는 결과물을 보여주면 절차상의 ‘사소한’ 비민주적 요소쯤은 정당화 될 것이라는 그의 철학이 녹아있다.

   

최성진은 현재 한겨레21 정치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때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경험 했다.

최성진 한겨레21 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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