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지만 통과 조건으로 여야가 합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되면서 '졸속 처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야가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동시에 임대인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법을 급조해 통과시켰기 때문인데, 해당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상가주인이거나 상가주인의 가족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회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함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임대소득이 연 7500만 원 이하인 상가주인이 5년 이상 상가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연 3% 이내에서 올릴 때 소득세와 법인세를 5%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비용추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급하게 처리된 법안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전국 임대사업자 92만 명 중 임대소득 7500만 원 이하는 75만 명으로, 임대료를 연 3% 이내로 올리는 임대사업자는 37만6000명으로 추정된다는 간이 비용추계를 내놨다. 이에 따른 세수 감액 효과는 1년에 210억 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산한 임대사업자에는 상가주인 외 땅 주인, 주택 주인 등이 포함된 개념이며 세금감면 수혜를 받는 37만 여명도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추산한 상가 임대사업자 92만 명은 개인사업자와 법인 사업자를 합친 숫자로, 정부는 이 중 연간 임대소득이 7500만 원 이하인 사업자를 75만 명으로 대략 추렸다. 정부는 한국감정원 조사결과를 토대로 5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는 사례가 약 50%라고 설명했는데 해당 조사의 정확성 논란도 문제로 지적됐다. 표본비율이 0.4%에 그치거나 상가건물 유형별로 표본오차가 최대 25%에 달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조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간이 비용추계가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개정안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팀장은 2일 MBC라디오'이범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애초 상가법은 임차인들을 과도하게 옥죄던 계약기준들을 바로 잡아가는 과정으로 지난 7월에 논의가 되면서 개정을 앞두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처리직전 임대인들한테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법안논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 팀장은 "왜 갑자기 임대인에게 이런 인센티브를 줘야 되고, 준비되지 않은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예산에 변동이 생기는 사안에 대해선 국회에서 비용추계를 하고 개정안을 검토해야 하는데 긴급한 사유라는 이유로 누구에게, 어떤 수혜가 갈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급조돼 법안이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남 팀장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소득을 올리는 임대사업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팀장은 "연 7500만 원이라는 임대소득은 월 625만 원의 소득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15억 원 가량의 건물을 소유한 분들"이라며 "더 큰 문제는 다른 소득과 별도로 임대소득 기준으로만 보기 때문에 정부는 영세한 임대인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이 기준만 가지고 영세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본인이 상가주인이거나 상가주인의 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졸속 처리' 비판은 확산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서 인용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국회의원 재산변동 공개목록'에 따르면 여야 국회의원 60명은 본인 또는 가족이 '상가'나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 건물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남 팀장은 "본인들도 그런 걸(상가) 가지고 있고, 만약 일부 제한이 들어온다면 거기에 대해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는 인식들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회의록을 보면 상당 수 국회의원들이 임대인들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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