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정상화위원회가 올해 3분기 조사결과를 발표, 김세의 전 MBC 기자가 과거 MBC 재직 시절 뉴스 리포트에서 사용한 인터뷰 다수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김 전 기자의 리포트에서 실제 취재 현장에서 확보되지 않은 음성이 방송 화면 속 인물이 말한 것처럼 더빙됐고, 매장 고객으로 나온 사람은 고객으로 위장한 직원으로 드러났다며 '주문형 인터뷰'의 방식으로 리포트가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MBC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세의 전 기자가 보도국 취재기자로 근무하며 뉴스에 보도한 리포트 중 인터뷰 조작을 확인한 리포트는 모두 5건"이라며 "이 리포트 5건은 2011년부터 2016년에 걸쳐 있으며, 리포트에 사용된 인터뷰 13개 중 7개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김세의 전 MBC 기자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기자는 2011년 10월 23일 MBC '뉴스데스크' <아쉬운 '배낭 예절'… '대중교통 에티켓 지키기'>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등에 백팩을 멘 배낭족이 늘어 지하철 내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리포트에 삽입된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의 목소리는 김 전 기자가 타고 나간 회사 취재차량 운전기사의 음성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내부 영상에 취재차량 기사의 음성이 더빙되어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2016년 4월 21일 '뉴스데스크' <애플 수리고객 불만 폭주, 서비스업체 불공정 약관 탓>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는 서비스센터 내 영상에 수리 불만을 호소하는 고객 인터뷰가 더빙되었는데, MBC 정상화위원회는 해당 인터뷰가 현장에서 촬영된 바 없고, 김 전 기자가 가져온 정체불명의 인터뷰를 일반적인 스케치 영상과 결합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직원을 고객으로 조작해 인터뷰 한 사례도 있었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김 전 기자가 보도한 2015년 9월 23일 '뉴스데스크' <추석선물세트 가격 천차만별, 동일제품도 최대 74% 격차>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는 대형마트 고객 권 모씨와 백화점 고객 임 모씨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이 두 명은 각각 대형마트 영등포지점 지원팀 직원, 모 백화점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MBC 정상화위원회는 2016년 7월 21일 '뉴스데스크' <불황에 장사없다, 먹거리도 가격인하 행렬>리포트에서는 페스트푸드점 고객 오 모씨와 대형마트 고객 김 모씨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각각 패스트푸드 홍보대행사 직원, 대형마트 서울역점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인터뷰는 어떤 내용을 말해야 할지 미리 알려주고 촬영하는 '주문형 인터뷰'의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지인 인터뷰는 기사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어 엄격한 조건 하에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하지만, 해당 기자는 취재 편의를 위해 지인 인터뷰를 남발해 뉴스의 신뢰도를 하락시켰다"고 비판했다.

MBC 정상화위원회 자문교수를 맡고 있는 김세은 강원대 교수는 "인터뷰를 조작하거나 지인을 인터뷰하는 것은 사실과 여론을 왜곡함으로써 시청자를 기망하고 뉴스의 신뢰도를 해치는 '직접적'인 행위로, 사실에 기반한 취재가 아니라 날조·조작에 해당하며, 기자라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인식되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 사항"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디어스는 1일 김 전 기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지난 9년 동안 MBC에서 발생한 언론자유와 방송 독립성 침해, 공영방송 가치 훼손의 배경과 원인을 조사해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사 합의 공식기구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사내 영상자료와 해당 보도와 관련된 직원들의 증언, 관련업체 조사 등을 통해 김 전 기자의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올해 4분기에 국정농단과 탄핵에 대한 보도, 세월호 참사 보도, 2017년 대선 등 선거관련 보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조속한 시일 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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