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공격수가 필요하다(이란 압신 고트비 감독)" "이렇다 할 공격수가 없다. 데얀같이 정말 열심히 뛰고, 많이 연구하고, 날카로운 두 번째 움직임을 가져가는 모습을 공격수들이 본받길 원한다.(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 지난 7일 있었던 이란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뒤 떠오른 화두는 바로 '스트라이커 부재'였습니다. 특히 이날 결정적인 기회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잘 살리지 못해 패해 바로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골결정력 문제'가 한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이 부분이 더욱 부각됐는데요. 이번 평가전에 박주영과 석현준만이 공격수로서 '유이'하게 발탁됐고, 다른 공격수들에 대해 조광래 감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하면서 '실력 좋은 공격수 찾기'가 조광래호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면 2002 월드컵의 안정환, 설기현, 그리고 이후 키워진 박주영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공격수를 제대로 키우지 않은 것이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진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몇몇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을 제대로 키울 만한 여건이나 개인적인 상황들이 더해지면서 '반짝 스타'로만 떴다 사라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키워진 공격수'가 두각을 나타냈기보다 기존의 선수들을 활용하다 결국 공격수가 필드골을 넣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대형 공격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무튼 현 대표팀 입장에서는 분명히 약점으로 지적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다봤을 때 '대형 공격수'감인 젊은 선수들이 계속 해서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을 얼마만큼 중용하고, 또 그만큼 선수들이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만큼 대표팀 감독이나 소속팀 감독, 그리고 동료 선수, 나아가 구단 차원에서 이들을 얼마만큼 도와주느냐가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가 되느냐로 갈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FC 서울의 이승렬과 전남 드래곤즈의 지동원입니다.

▲ 이승렬ⓒ연합뉴스
일단 조광래 감독은 스트라이커 기준에 대해 "데얀같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 FC 서울에서 뛰며 세 시즌동안 꾸준하게 활약을 펼치고 있는 데얀이 높은 골 결정력뿐 아니라 전방에서 활발하게 또 많이 움직이면서 동료 선수에게 공격 기회를 열어주는 점이 돋보이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격수가 골만 넣는 것이 아니라 동료 선수와의 연계플레이를 통해서 팀 전체가 활발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승렬과 지동원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승렬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내가 추구하는 축구에 부합하는 선수"라면서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지동원에 대해서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해 선발했다"면서 좋은 평가를 내린 바 있었습니다.

21살인 이승렬은 나이답지 않게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이 큰 강점으로 꼽힙니다. 2008 K-리그 신인상 출신인 이승렬은 지난해 U-20 월드컵 멤버로 발탁돼 8강 진출을 이룬 뒤,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남아공월드컵 멤버로 발탁돼 그리스전에 교체 투입되는 등 3년 사이에 초고속 성장을 이뤘습니다. 서울에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기본기뿐 아니라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창의적인 플레이, 그리고 팀플레이에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역시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 열정적인 모습,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여유와 침착함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까지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번 이란전에 발탁하지 않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터득하면서 지난 주말에 열린 대구와의 경기에서 1골-2도움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승렬이 젊어도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몇몇 해외 구단에서도 관심을 한때 보이는 등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공격수가 바로 이승렬입니다.

▲ 지동원ⓒ연합뉴스
올해 K-리그 무대에 데뷔해 혜성같이 등장한 지동원도 눈길을 끕니다. 187cm의 준수한 체격 조건뿐 아니라 남다른 볼 감각을 자랑하며 차세대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만한 선수로 꼽히고 있는 지동원은 올 시즌 리그에서 7골-3도움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데뷔를 펼치고 있습니다. 공격수 뿐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할 수 있어 멀티형 선수로서 충분히 돋보이는 부분이 있고, 몸싸움을 마다 않는 패기넘치는 플레이와 스피드를 활용한 날카로운 침투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선배'들 앞에서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대형 스트라이커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아직 19살이기에 좀 더 가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고, 아직 이렇다 할 대표 경력이 없는 것이 있지만 그래도 '원석을 보석으로' 잘 다듬기만 한다면 지동원이 갖고 있는 기량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승렬과 지동원 모두 개인 기량이 좋고, 개성이 넘치는 플레이가 돋보인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 외에도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 손흥민도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기량을 다듬는다면 역시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할 재목으로 거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젊은 공격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좋은 선수들을 얼마나 잘 다듬느냐, 또 얼마만큼 자기가 노력을 해내느냐가 이들이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최성국, 김동현, 정조국, 조재진, 신영록 등 대형 스트라이커로 떠오를 수 있는 재목들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부상, 해외 진출 실패 등을 이유로 어느 정도 선까지만 떠올랐다 내려간 경우들이었습니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조광래 감독이나 각 소속팀 감독이 꾸준하게 젊은 선수들의 약점에 대해 피드백해주고, 강점을 더욱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많은 조언과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쨌든 '좋은 원석'들을 잘 키워내 '보석'으로 다듬는 작업만 잘 이뤄진다면 대표팀 공격수 문제는 머지않아 말끔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승렬과 지동원, 그리고 해외에서 뛰는 석현준과 손흥민(두 선수 얘기는 http://blog.daum.net/hallo-jihan/16158377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 계속 넘쳐나는 젊은 공격수들이 훌륭한 인재로서 한국 축구의 고질병을 말끔하게 해결하는 '대형 해결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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