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19일 발표한 보도자료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에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제도는 이미 2006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예비되어 있었다. 문화부는 이 제도가 “저작권자들과 대학들 간의 보상금 기준에 대한 합의가 지연”되고, “대학들의 재정부담” 등의 문제를 고려하여 시행을 유보해 왔었지만, “지난 2009년 전국 4년제 및 2년제 50개 대학 실태조사를 실시, 저작물 종류별(어문, 음악, 영상 등) 보상기준을 마련”했고, “2010년부터는 전국 대학교를 대상으로 수차례 공청회 및 의견조회를 실시”하며 어느 정도 의견이 수렴되었기에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측에서는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여전히 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도 산재해 있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이대희 교수는 ‘수업 목적 보상금’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며, “저작물 이용에 대한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어서 이용료 지급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고, 저작물에 대해 “일일이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교수 행위가 위축되고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저작물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의 시행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많은 문제을 안고 있다.

우선 저작권을 통해 창작물이 개인의 소유물로 전유된 것은 저작권법이라는 특수한 법이 만들어진 이후 발생한 현대적 현상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과의 통상 협정을 통해 기존의 유명무실했던 저작권법이 전부개정되며 효력을 발휘한 것이 불과 25전이다. 또한 대학에서 학술적 목적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서적의 경우 한국의 출판 시장의 기형적 구조로 인해 학술 서적은 출간되거나 번역된지 몇 년만 지나도쉽게 품절되어 구할 수 없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도서관의 수준도 열악할 뿐 아니라, 중고 서적 시장도 크게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과 학술은 사회적이고 공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그것은 “문화의 향상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영역이다. 저작권법의 목적이 “문화의 향상 발전”에 있다면, 그러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이대희 교수는 저작물의 사용에 대해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교수 행위가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교수 행위의 위축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교수 행위에 문제를 발생시킨 것 자체가 저작권법이기 때문이다. 없던 문제를 만들어 놓은 후에 다시 해결하겠다는 것은 (자유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용어로 따지자면) “비합리적인 것”이다. 처음부터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교육이나 학술의 영역과 같은 공적 영역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제한하는 것이 더 쉬운 해결책인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대학 역시 문제적이다. 대학에서 이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제도의 도입이 등록금 인상의 빌미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피해를 학생들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 제도를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대학에서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는 교육의 교보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을 하는 곳이고, 교육을 위한 수단들은 대학에서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하나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생들은 이미 자신들이 받는 교육 서비스를 훨씬 넘는 수준의 등록금을 지불하고 있다. 학교에 지불한 금액 대비 학생들이 제공받는 교육 서비스의 수준을 고려하면, 그것은 등가 교환의 원리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제공해야할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전가시키면서, 짐짓 학생들을 위하는체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측에서 이 제도를 반대한다면 그것은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입장에서의 반대여야 하며, 공적 영역으로서의 교육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대여야 한다.

수업목적 보상금 제도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시 창작과 보상이라는 오래된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창작 노동에 대해 일정정도의 보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보상 시스템은 소수의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과잉 보상 혹은 대부분의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과소 보상의 형태로만 나타나고 있다. 적절한 보상이란 어느정도 수준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 혹은 쪽박 형태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보상 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상 체계는 보상 자체가 아니라 분배 체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문화부에 따르면 대학은 문화부 고시 기준에 따라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와 개별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그런데 복사전송권협회는 대학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창작물들, 즉 영화, 음악, 도서, 공연, 방송, 미술, 사진 등 다양한 창작물들의 전체 권리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닐뿐더러, 획득된 보상금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단체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분배 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수업목적 보상금 제도는 사적 단체를 매개로 대학으로부터(정확히는 대학생들로부터) 국가가 저작물 보상금을 갈취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렇다면 분배 체계만 갖춰지면 이 제도의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우선 하나의 사적 단체가 국가 전체의 저작권자를 대신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제시한 교육의 공공성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문화산업의 구조도 직접 창작자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체계가 아니다. 거대 문화 산업 기업은 개별 창작물의 유통 통로를 장악하고 있고, 이 유통망에 진입하기 위해서 창작자들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의 일부 또는 전부를 기업에 양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 양도 절차, 즉 거대 기업과 개별 창작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저작물 권리에 대한 양도 절차는 철저하게 창작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창작물에 대한 보상은 개별 창작자에게 돌아가기 보다는 거대 문화 산업 기업에게 돌아간다. 요컨대 창작물에 대한 보상이 창작자에게 직접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보장함으로써 창작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저작권법의 목적과 배치되는 것이다. 저작권법이 최소한의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수업목적 보상금 제도와 같은 것을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창작물에 대한 보상과 보상금 분배의 체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제도가 가진 법리적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법의 기술적 실효성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문제적인 것은 법과 그것의 적용 사이에서 나타난다. 현재 시행예정인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을 잠재적인 저작권법 위반자로 상정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는 분과학문의 특성에 따라, 강의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의 특성에 따라 강의에 활용하는 저작물의 이용 빈도와 정도가 상이하다. 일괄적으로 저작료를 학생에게 전가할 경우(문화부 산정 1년에 1인당 3580원) 어떤 학생들은 사용하지도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단순히 저작물을 사용한 사람이 그에 대한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기 위한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초적인 (자유주의적) 불공정이 아니라 저작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저작권법 앞에 세우고, 경유하게 하는 이 제도의 특수한 측면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창작자가 원하지 않을 때 조차) 모든 창작물에 (경제적)권리를 부여하고(무등록주의), 모든 이용자에게 창작물 이용에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 요컨대 저작권법은 창작과 문화적 생산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창작자이든 이용자이든)을 법 앞의 개인으로 호명하고, 그들에게 권리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심지어 창작물을 생산하지 않고, 이용하지도 않는 사람조차 이런 원칙에 포섭시켜야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법은 무지를 용납하지 않는다. 저작권법을 몰랐다는 말은 그것의 위반에 대한 핑계가 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일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제도의 경우에는 특정 집단인 대학생들을 저작권법 앞에 세우고 저작권법의 적용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이 제도의 궁극적인 효력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후에 그들은 자유롭게 창작하고 창작물을 이용하기 보다는, 저작권법과 그것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제 테크닉들을 매개한 후에 창작(물의 이용)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앞으로 그 수많은 규제 테크닉들 아래에서, 문화의 향상 발전을 위해 자유롭도록 강제당해야 한다. 이제 대학에도 저작권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날려 학술과 교육의 공공성도, 창작(물 이용)의 자유도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