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지리산 둘레길을 가다'편의 오프닝 때 강호동이 멤버들에게 쓴소리를 했는데요. "1박2일 멤버는 6명이지만 실제 몰입해서 촬영하는 사람은 2명 뿐"이라며, "이승기는 모든 영혼이 드라마에 가 있고, 은지원은 신혼의 부푼 꿈에 빠져있다. 한 분(MC몽)은 방송에서 얘기하기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고, 종민은 8개월째 묵언수행 중이다. 너무 말이 없어 불편할 지경"이라고 1박2일 멤버들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강호동의 그런 오프닝 멘트가 비공식적으로 나누어야 할 말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멤버들이 치부를 드러내면서 공식적으로 그것도 오프닝에서 지적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명한PD가 영국 유학을 떠나면서 새롭게 해피선데이를 맡게 된 이동희PD가 나와 "그동안 너무 잘해오셨지만 고여 있고 젖어있다. 많은 개혁을 할 생각이다"라고 밝혀 멤버들을 긴장시키는 모습을 보니, 1박2일 내 그런 분위기를 눈치 빠른 강호동이 미리 캐치해서 이번 방송은 목숨 걸고 잘 해보자는 리더로서의 결속을 다지는 단합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멤버들의 단합, 호흡보다는 1박2일 최초로 각자 모두 나뉘어서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을 보고, 강호동이 오프닝에서 저렇게 이야기까지 했는데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항상 멤버들이 뭉쳐서 여행을 다니다가 이번에는 각자 나눠서 여행을 하면서 그것을 또 다큐로 찍는다는 것이 신선했는데요. 또한 앞서 새롭게 1박2일의 이동희PD의 변화에 대한 예고도 있었기에 시작부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김종민 하차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김종민 특집?

하지만 1코스 주천-운봉구간을 여행하는 김종민의 다큐 주제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정해지는 것을 보고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저번 주 방영분에서는 실제로 김종민이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행 도중 만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보고 자신을 1박2일 멤버로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동받았다는 등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이 보여지면서, 김종민 하차 여론을 두고 일부러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방영분을 보고는 그것이 심증에서 확신으로 바뀌어져 갔는데요. 강호동의 오프닝 멘트에서부터 이번 둘레길을 멤버들이 나누어져 여행하는 기획, 연출 그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처음 강호동의 오프닝 멘트를 잘 살리지 못한 기획이었다는 제 생각은 틀렸는데요. 단순히 각자 멤버가 나뉘어져 여행을 한다고 멤버들간의 단합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의도된 것으로, 그동안 뭉쳐있던 멤버들을 갈라놓음으로써 함께 있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멤버들의 소중함을 보여주겠다는 계산 속에 기획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것을 예능이 아닌 다큐 방식으로 채택함으로써,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도 보다 진지하게 그것에 대한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지요.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여행하는 김종민은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다니다가 해는 지고 어두워진 밤길을 혼자 걸어갑니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눈을 감아보라고 한 뒤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어보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하면 "그것이 앞으로 너의 미래야" 하며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깜깜한 밤길을 헤매고 다니는 김종민의 상황이 절묘하게도 현재 1박2일 내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김종민의 암울한 상황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데요.

김종민은 한참을 잘못된 길로 가다가 겨우 도중에 만난 사람에게 자신이 잘못 가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다시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도대체 어디서 길을 잘못든 것인가 되짚어 보게 됩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베이스캠프에 도착을 해서 쉬는 동안, 김종민은 깜깜한 밤길을 또 걷고 걷습니다.

그러다 잠깐 쉬면서 멤버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는데요. 하지만 MC몽은 인터넷 삼매경, 은지원은 평지예찬, 이수근은 식사 중, 이승기는 취침 중이라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뒤늦게 MC몽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면서, 김종민은 새로 온 이동희PD에게 혼나고 진심어린 조언도 들었다고 하죠.

그렇게 어려울 때는 친구 밖에 없다는 말처럼, 김종민은 79년생 동갑친구인 MC몽과 통화를 하면서 기운을 내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요. 깜깜한 밤길을 걷고 걷던 김종민은 드디어 자신의 목적지인 운봉 표지판을 발견하게 되고 이어서 가장마을, 바닥에 쓰여진 둘레길까지, 이제야 자신이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자 김종민은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는데요. 제일 먼저 강감독에게 전화를 해서 10년 만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때마침 강호동에게 전화가 와서 김종민은 강호동에게도 고맙다고 하는데요. 갑자기 고맙다는 말에 깜짝 놀란 강호동은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은지원도 김종민은 불꽃이 아닌 심지라며 언제든지 타오를 수 있다고 응원을 해줍니다.

강호동과 은지원의 힘내라는 말에 용기를 얻은 김종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더욱 힘을 내서 걷습니다. 그리고 그런 김종민을 위한 감동의 멘트들을 모아 편집해 보여주는데요. 또한 다른 사람들이 베이스캠프에서 쉬며 자고 있는 동안, 김종민은 쉬지 않고 깜깜한 밤길을 묵묵히 걸으며 결국 가장 먼저 1코스를 완주하게 됩니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현재 김종민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김종민을 극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이 모든 것이 김종민을 위한 연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김종민 하차논란을 두고 김종민의 심정과 의지를 의도적으로 1박2일에서 보여주려 했다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불순한 의도의 기획과 연출, 반감만 살 뿐...

그리고 방에서 누워 쉬고 있던 이승기는 갑자기 일어나 낮에 나영석PD와의 약속을 이야기 하는데요. 나영석PD는 이승기에게 1박2일 멤버들을 걱정하느라 잠이 오지 않는다며, 믿어지지 않으면 새벽 3시에 전화를 해보라며 벨 한 번에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승기는 새벽 3시에 전화를 하고 나영석PD는 한 번에 전화를 받는데요. 이승기는 깜짝 놀라며 나영석PD의 마음고생을 인정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나영석PD의 1박2일 멤버들에 대한 애착을 보여줌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동정심 유발, 그리고 멤버들의 하차논란에 대한 나영석PD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나영석PD의 김종민에 대한 무한신뢰, MC몽에 대한 감싸기 등은 시청자들로부터 반감만 살 뿐입니다.

아무튼 이번 '지리산 둘레길을 가다'편의 주제는 멤버들 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1박2일은 멤버들의 하차논란에 대한 시청자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제작진의 의지를 관철하면서 그것을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로징에서도 다시는 멤버들이 서로 떨어트리는 기획은 하지 말라며, 멤버들과 떨어져 서로 외로웠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강호동은 대놓고 김종민 사태에 대해서 시청자들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보여지고, 이승기는 1박2일 멤버들 모두가 정말 반갑고 의지되는 형들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그들이 길 위에서 찾은 해답은 헤어짐이 아닌 다시 서로를 만나 느끼는 각각의 멤버 하나하나의 소중함이었던 것이죠.

이렇게 의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해서, 시청자를 교화시키려는 모습은 참 불순한 의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의도로 기획되고 연출되는 프로그램은, 보여지는 그 모든 감동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결국 1박2일은 이번에 MC몽이 불구속 입건으로 결정이 나자 국민 여론을 반영해서 80분 내용 중 MC몽의 15분을 편집해서 방송한다고 밝혔다가, 시작부터 MC몽의 분량으로 계속해서 보여지면서 도대체 무엇을 편집한 것이냐며 질타를 받고 있는데요.

나영석PD의 이런 고집스러운 모습은 PD로서 줏대 있게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자기 사람 챙기는 모습이라고 보기엔, 현재 상황이 너무 악화되어 이쯤되면 집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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