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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매력’- 서강준·이솜보다 표민수란 이름에 주목하는 이유[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9.29 23:35

표민수 피디가 돌아왔다. 9월 28일 첫 선을 보인 JTBC <제3의 매력>은 서강준, 이솜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주목해야 할 사람은 표민수 피디이다. <제3의 매력>은 2015년 <프로듀사> 이래 3년 만에 그가 다시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우리 드라마 사에서 표민수라는 이름은 하나의 '장르'로 기억된다. 과연, 그 ‘전설’은 다시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첫 방의 성과는 아쉽다. 6%에 육박했던 전작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화제성이 무색하게 1.804%를 기록했다. 트렌디한 주제인 성형과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잘 버무려내었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처럼 시청자들에게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평가도 엇갈린다. 진부하다와 감성적이란, 서로 다른 반응들이다. 

드라마가 삶이고 삶이 곧 드라마라고 나는 믿습니다.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中 표민수 

  
당대의 사랑을 대변했던 대표작들 

KBS2 <거짓말>

표민수 피디가 만든 드라마 중 어떤 작품을 기억하고 있는가에 따라 아마도 세대가 갈릴 것이다. 표민수라는 이름이 세상에 처음 각인된 작품은 <거짓말>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종옥, 이성재, 유호정 등이 드라마 최초 폐인을 양산할 정도로,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은 아픈 사람을 엮어냈던 이 드라마는 '노희경-표민수’ 콤비의 탄생을 알렸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노희경 작가의 주옥같은 대사, 표민수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로 세련미를 입혔던 작품. 그래서 불륜을 사랑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나아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갇힐 수 없는 사랑의 불온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1998년 시절을 담았던 작품이다. 

<거짓말>에 이어 다시 '당대 사랑'의 대표작이 된 작품은 <풀하우스>이다. <거짓말>이 '어른들'의 사랑을 대변했다면, <풀하우스>는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 같던 남자 이영재(비 분)와 여자 한지은(송혜교 분)의, ‘어른이’들의 장난기 넘치던 풋사랑이 2004년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2008년 표민수-노희경 콤비는 또 한번 레전드 작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남긴다. 양 갈래 머리 짧은 치마를 입고 ‘곰 세 마리’를 부르던 송혜교는 단발머리 선머슴 같은 초짜 피디 주준영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정지오로 분한 현빈과 함께, 일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청춘연가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전문직 현장 드라마'의 효시를 이룬다. 

당대의 공감은 아니더라도, 당대성을 대변했던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물론 표민수 피디가 늘 당대를 대표하는 사랑만을 이야기한 건 아니다. <거짓말>과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이 당대의 청춘을 이야기했다면, 1999년 2부작 <슬픈 유혹>은 방송 최초로 '동성애'를 다루었으며, 2000년 <바보 같은 사랑>은 봉제공장 재단사 진상우(이재룡 분)과 미싱 보조 정옥희(배종옥 분)의 치명적인 사랑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을 그려낸다. 

그런가 하면 2001년 <푸른 안개>에서는 요즘 같은 시기라면 작품 자체가 불가능했을 중년의 남성이 23살 젊은 여성에게 '미혹'되는 불륜을 다루기도 했다. 2002년에는 그 반대의 경우 마흔 살의 전문직 여성 상사와  26살의 부하 직원이 사랑에 몸을 던진다. 또한 2007년 <인순이는 예쁘다>에서는 출소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2015년 작 <호구의 사랑>에서는 젊은 미혼모에게 순정을 다하는 강호구(최우식 분)의 사랑을 그린다. 

노희경, 이금림, 윤난중 등 당대의 명작가들과 함께하며 표민수 피디는 이른바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세간의 정의를 넘어서 '표민수 표'라는 연출의 장르를 써내려간다. 

저 같은 경우는 인물의 동선이나 움직임보다는 인물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그래서 감정에 대한 콘티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이번 신은 어떤 감정이 주가 되는가. 그 감정에 맞는 대사는 무엇인가 찾아봅니다.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中 표민수 

KBS2 <풀하우스>

표민수의 작품에는 시대의 공기가 담겨 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을 작가가 쓰면, 표민수 연출은 그 사랑에 ‘시대의 정서와 공감’을 더한다. 표민수의 연출이 없었다면 불륜이라 치부될 <거짓말> 속 사랑이, 성인 남녀의 사랑의 경계에 대한 질문으로 폐인들을 양산해 낼 수 있었을까. 그저 톱스타와 가진 것 없는 여성의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귀염성 있는 열애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 '정서'에 대중이 꼭 공감하지 않을 때도 있다. <슬픈 유혹>은 여전히 중년의 김갑수와 젊은 주진모의 이해할 수 없는 센세이셔널 한 작품으로 기억되며, 사회 밑바닥 인생의 <바보 같은 사랑>이나, 이제는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연상녀와의 사랑은 당시에는 '최저 시청률'의 기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표민수 피디는 누구보다 용감하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애써왔다. 

또한 표민수 피디의 작품이 기억되는 건 그저 주인공들의 사랑만이 아니다. 주인공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 에피소드조차도 그 누군가에겐 공감할 만한 삶의 한 유형으로 수용되게 하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표민수의 작품을 기억되게 한다. 

2018년의 사랑에 건투를 빌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표민수 연출이 그려낸 당대의 정서는 2010년대를 넘어서며 버거워 보였다. 도전이었던 <아이리스 2>는 가장 표민수답지 않은 궤적으로 기억되며, 2015년 <프로듀사>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

그렇게 최근 격조했던 표민수 피디가 들고 온 작품은 스무 살 풋풋하던 시절 첫사랑부터 시작하여 장장 12년의 연애사를 그려낸 <제3의 매력>이다. 

검은 둥근테 안경에 보정기를 낀, 멀쩡하게 생겼지만 전혀 멀쩡해 보이지 않는, 거기에 세심하다 못해 쫀쫀해 보이는, 계획적이다 못해 강박증 환자처럼 보이는 온준영(서강준 분). 즉흥적이며 열정적인, 돈을 벌고 싶어 남들 가는 대학 대신 미용사 일을 시작한 이영재(이솜 분). 빨간 색만 봐도 땀을 흘리는 남자와 빨간 색 음식이면 무조건 오케이, 빨갈수록 더 좋다는 여자의 '다름'에 혹한 고단한 연애사. 

그 시작은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감싸 안은 그 정서가 녹아 예의 표민수 표 드라마답게 안온했지만, 그래서 어쩐지 익숙한 듯 진부한 그 경계에 서있다. 과연, 예전 드라마에서 본 듯한 뻔함을 넘어서 표민수 피디는 2018년의 청춘을 재현해 낼 수 있을까? 전설의 귀환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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